정진석 의원 등이 지난 24일 공주고에서 김종필 전 총리 흉상 제막식을 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정진석 의원 페이스북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흉상 제막식이 그의 모교인 충남 공주고에서 열렸다. 하지만 제막식이 끝난 뒤 흉상은 교직원과 학생 등의 반대로 학교 밖으로 쫓겨났다.
공주고 총동창회는 지난 24일 오후 공주고 웅비관에서 김 전 총리 흉상을 제막했다. 김 전 총리는 이 학교 19회 졸업생으로, 지난 6월 별세했을 때도 학교에서 노제를 지냈다. 제막식에는 유족인 딸 김예리씨, 정진석 의원, 강창희 전 의원과 동문·시민 등 800여명이 참석했다. 임재관 총동창회장은 “김 선배님은 전쟁으로 피폐해진 나라를 산업화·근대화 이끈 분이다. 동문들이 나라를 위한 숭고한 정신을 간직하려고 흉상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흉상은 결국 학교에 설치되지 못했다. 구광조 공주고 교감은 “흉상은 동창회에서 자체 제작했고, 학교에 두려는 것도 동창회의 희망 사항이다. 학교 주체인 학생·교직원 등이 반대하고 있어 학교에 두긴 어렵다. 제막한 뒤 학교 밖으로 나갔다”고 말했다.
공주고 동문·시민 등이 지난 24일 충남 공주고에서 김종필 전 총리 흉상을 제막하고 있다.정진석 의원 페이스북
앞서 김 전 총리 흉상의 교내 건립을 반대해온 교직원과 학생들이 지난 22일 교내 집회를 여는 등 강하게 반발해왔다. 이 학교 학생회가 지난 19일 전교생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 531명 가운데 492명(92.7%)이 흉상 설치에 반대했다. 이들은 지난 16일부터 교문·공주시청 앞 등지에서도 흉상 건립 반대시위를 했다. 박충만 공주고 학생회장은 “김종필 총리는 5·16군사정변의 주역이며, 지금까지 비판받는 한일협정의 주체다. 이런 분의 흉상을 세우는 것은 학교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교와 동창회는 2022년 5월 개교 100돌을 맞아 새로 단장해 문을 열 학교 역사관에 흉상을 두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조충식 교장은 “3년 전 흉상 건립을 추진할 때 구성원들과 역사관에 두기로 약속이 됐다. 학교 역사 박물관에는 김 전 총리뿐 아니라 학교를 빛낸 인물과 역사 등을 두루 전시할 계획이다. 전시 내용·방법 등은 계속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교내 역사관에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한다. 학생회는 “우리의 입장은 교내 건립 반대다. 역사관에 두는 상황이 벌어지면 다시 반대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