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군은 26일 속리산면 상판리 천연기념물 정이품송 건너편에 훈민정음 창제, 정이품송 등의 이야기를 곁들인 ‘훈민정음 마당’을 준공했다.보은군 제공
속리산의 고장 충북 보은에 훈민정음과 정이품송 등을 이야기로 묶은 새 공간이 생겼다.
보은군은 속리산면 상판리 달천변 3만㎡에 ‘훈민정음 마당’을 준공했다고 26일 밝혔다. 이곳은 천연기념물 103호 정이품송 맞은편이다. 군이 55억원을 들여 조성한 훈민정음 마당은 만남, 인연, 창제 등 3가지 테마로 이뤄졌다.
만남을 주제로 한 정이품송 마당에는 천연기념물 정이품송을 3분의 2 정도로 줄인 조형물과 정이품송 종자를 채취해 키운 정이품송 후계목(38살) 등이 있다. 이곳엔 세조가 법주사에 행차할 때 어가를 가로막았던 소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올려 길을 연 뒤 ‘정이품송’이라는 벼슬을 받은 상황을 재연하는 모형도 있다. 실제 센서를 이용해 어가가 다가가면 가지를 스스로 들어 올리는 정이품송 모형을 볼 수 있다.
인연 마당에는 신미 대사가 주제다. 신미 대사가 출가하기 전 인연을 맺은 부모, 집현전 학자로 한글 창제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동생 김수온 등 가족의 동상이 세워졌다. 신미 대사의 불가 스승인 함허당, 수미·학조대사 등의 동상도 이곳에 있다.
안병천 보은군 안전건설과 주무관은 “신미 대사의 동생 김수온 선생이 쓴 <복천보장록> 등에 신미 대사가 집현전에 초빙돼 학사들에게 범어 자모 가르치는 등 한글 창제에 관여했다는 기록이 있다. 불가에선 신미 대사를 한글 창제의 숨은 공로자로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훈민정음을 주제로 한 창제 마당엔 세종, 신미 대사 등 7명의 이야기를 담은 벽, 한글 자모로 종각을 만든 범종 등이 설치돼 있다.
보은군은 한글을 창제한 세종, 집현전 학자 김수온, 그의 형 신미 대사, 한글 편역본 <석보상절>을 낸 수양대군(세조) 등을 훈민정음 편찬 과정의 주요 인물로 엮어 공원을 조성했다.
정상혁 보은군수는 “훈민정음 마당은 역사·문화가 공존하는 인물 중심 테마 공간이다. 훈민정음의 숨은 주역인 신미 대사를 알리고 속리산의 명성을 잇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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