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내년 예산안에 흑산공항 사업비 100억원을 끼워 넣자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19일 상임위 소관 예산안을 예비심사하면서 전남 흑산공항 건설 사업비 100억원을 추가로 반영했다. 정부에서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에는 이 사업비가 포함되지 않았다. 올해까지 미집행한 관련 예산이 178억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국토교통위는 “섬 주민들의 교통기본권을 확보하고 계획된 기간 안에 사업을 마쳐야 한다”며 ‘쪽지예산’을 끼워 넣었다. 지역 안배를 고려한 듯 경북의 울릉공항 사업비 30억원도 나란히 편성했다.
환경단체들은 ‘정당과 정당, 국회와 정부의 정치적 짬짜미’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환경회의와 천주교 창조보전연대는 28일 성명을 내어 “국회는 흑산공항 쪽지예산 100억원을 즉각 삭감하라”고 촉구했다. 이 성명에는 목포·광주환경운동연합과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등 지역 환경단체가 동참했다.
이들은 “흑산공항은 잘못된 정책 판단과 부실한 사업계획 탓에 이미 수립된 예산마저 이월과 불용이 되풀이되고 있다. 공항 건설의 관건인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마저 중단돼 사업이 지속할지 불투명한데도 억지로 예산을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섬 주민한테는 공항 건설비가 아니라 여객선 확충과 닥터 헬기 보강에 들어갈 예산이 필요하다. 국회는 정치적인 예산놀음에서 벗어나 예결위와 본회의 심의 때 흑산공항 쪽지예산을 반드시 삭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단체들은 환경부가 환경운동가 출신 차관을 경질한 데 이어 국회가 관련 예산을 끼워 넣은 것은 흑산공항 건설을 기정사실로 만들기 위한 조처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전남지사 시절부터 이 사업에 애착을 보인 이낙연 총리의 역할과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16년 8월 국토건설부가 수립한 흑산공항 건설 기본계획은 2021년까지 1833억원을 들여 신안군 흑산면 예리 대봉산 일대 터 68만㎡에 길이 1200m, 너비 30m 규모의 활주로를 건설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하지만 경제성과 안전성, 환경파괴 우려 때문에 논란이 일면서 난항이 이어졌다.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2016년 11월, 지난 7월과 9월 등 세 차례 공항입지를 담은 공원계획 변경안을 심의했지만 찬반양론이 갈려 매듭을 짓지 못했다. 지난 10월5일 열려던 심의도 사업자의 요청으로 무기한 연기되면서 심의 자체가 중단됐고 재개 시점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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