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발전 분야가 경유차보다 미세먼지 배출 많아
정부, 2020년 목표 법개정 추진
일반 보일러는 판매 제한될 듯
초미세먼지 난방·발전 39% 차지
미·영·일 등 벌써부터 ‘의무화’ 실시
정부, 2020년 목표 법개정 추진
일반 보일러는 판매 제한될 듯
초미세먼지 난방·발전 39% 차지
미·영·일 등 벌써부터 ‘의무화’ 실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경유차를 단계적으로 퇴출하기로 한 정부가 이번에는 가정 내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친환경 보일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에 관련 법안이 마련되면 2020년부터는 가정에서 보일러를 새로 들이거나 교체할 때 친환경 보일러만 설치해야만 한다.
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 관계자는 “대기환경보전법과 수도권대기법(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 등을 개정해 대기관리권역을 수도권 밖 지역까지 확대하고, 이 권역에선 가정 내 친환경 보일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2일 밝혔다. 정부의 계획대로 내년 입법절차가 완료되면 2020년부터 오염물질을 기준치 이상 배출하는 일반 보일러의 판매·설치는 제한될 전망이다.
정부가 보급하려는 친환경 보일러는 질소산화물(NOx) 등 초미세먼지의 주요 오염물질을 적게 발생시키고 일반 보일러에 견줘 에너지 효율이 높은 난방설비다. 환경부에서 환경마크를 부여한 보일러 100개 종이 이에 해당한다. 정부가 친환경 보일러에 주목하는 이유는 난방 보일러가 미세먼지의 주요 배출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 집계를 보면, 2016년 기준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주요 배출원 가운데 난방·발전 분야가 39%로 자동차(25%)·비산먼지(22%)·건설기계(18%) 분야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난방·발전 분야의 초미세먼지 배출 비율의 46%는 가정용 보일러였다. 강수연 미래에너지기준연구소 연구원은 “지금까지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대책은 경유 차량 운행 제한 등 자동차에만 주로 집중됐다”며 “미세먼지 배출 기여도가 높은 보일러 등 난방 분야에 대한 대책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초미세먼지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서울시도 최근 정부에 관련 법 개정을 건의했다. 대기환경보전법을 손질해 기존의 산업용과 업무용 보일러 뿐만 아니라, 가정용 보일러도 대기오염 배출 시설에 포함시켜 오염 물질 배출 허용 기준을 강화하자는 내용이었다.
국외 주요 나라들은 1990년대~2000년대 가정 내 친환경 보일러 설치를 의무화했다. 서울시의회가 지난달 초 연구용역을 마친 ‘친환경 보일러 설치지원 법제도 개선 연구’를 보면, 세계 최대 보일러 시장으로 손꼽히는 영국은 1996년 콘덴싱 보일러 구매를 지원하고 2005년 건축법을 개정해 친환경 보일러 설치를 의무화했다. 현재 영국의 가정용 친환경 보일러 보급률은 90%가 넘는다. 한국의 경우, 전국적인 통계는 아니지만 서울의 가정용 보일러 약 359만대 가운데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는 0.4%(약 1만5천대)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서울시는 파악하고 있다. 영국 외에도 일본, 미국, 네덜란드, 독일 등이 친환경 보일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문제는 일반 보일러보다 20여만원이 비싼 친환경 보일러 설치를 의무화할 경우, 시민들의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환경부, 서울시, 경기도 등은 친환경 보일러를 설치하는 가정에 16만원의 보조금을 주고 있지만, 친환경 보일러 설치가 의무가 아니다 보니 참여율은 저조하다. 김종호 한서대 교수(환경공학)는 “가정용 보일러는 개인 소유물이다 보니 설치를 의무화할 때는 지원 방안과 함께 시민들의 인식 변화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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