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서울 용산구 청파동에서 열린 ‘골목길 반상회’ 서울시 제공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해 8월, 서울 용산구 청파동 골목길에 멍석이 깔렸다. 그 위로 주민센터 직원과 주민 20여명이 모여 앉았다. 서울역과 가까운 동네 특성상 외국인과 외부인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많아 주민들의 불만이 쌓였던 탓이다. 주민들의 불만은 모여 집단지성이 됐고, 쓰레기 무단 투기를 막기 위한 대책이 나오기 시작했다. 무단 투기 적발을 위한 폐회로텔레비전(CCTV) 설치, 쓰레기 투기 방지를 위한 화단 설치 등의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이날 회의는 청파동 일대의 작은 변화로 이어졌다. 한 빌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종량제 쓰레기를 빌라 안으로만 버리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날 회의는 ‘골목길 반상회’의 시초가 됐다.
이렇게 시작된 골목길 반상회는 서울시가 진행하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 사업의 하나로 발전했다. 동주민센터 직원들이 직접 주민을 방문해 지역 문제를 발굴하고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찾동 사업이 4년 차를 맞아 또 한 번 진화한 것이다.
서울시는 3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민선7기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주민들이 직접 생활문제를 논의하는 ‘골목회의’, ‘서울형 주민자치회’ 등을 확대해 골목단위 주민자치를 활성화한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주차공간, 쓰레기 문제, 가로등 설치 등 골목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주민들은 누구든 온라인으로 골목회의 개최를 요청할 수 있고, 이 안건은 이어 열리는 주민자치회에 의제로 올라가 논의된다. 최종적으로 구청장이 정식 의제로 채택하면 예산도 할당된다.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올해 17개 자치구 91개 동에서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며, 2022년 서울시 424개 모든 동에 도입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애초 찾동의 취지인 ‘지역 사회보장체계 강화’에도 공을 들인다. 갑작스러운 위기로 생계유지가 곤란한 가구를 지원하는 서울형 긴급복지 예산은 2019년 100억원에서 매년 50억원씩 늘려 2022년 250억원을 편성할 계획이다.
고독사 위험 1인 가구 등을 살피는 ‘돌봄SOS센터’도 확대된다. 사회복지공무원과 간호직공무원 등 돌봄매니저 등이 돌봄 신청을 접수하면 72시간 안에 가정을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는 내년 시범사업을 시작해 2022년 전체 동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시는 어려운 이웃을 찾아 동주민센터에 알리는 ‘시민 찾동이’ 100만명을 모집해 고시원, 옥탑방 등 고독사 위험 1인 가구 실태조사도 연 1회 실시할 계획이다.
시는 찾동 사업을 위해 현재까지 모두 2788명을 투입하고 있으며, 2022년까지 907명을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박원순 시장은 “이제 찾동이 동 단위를 넘어 골목으로 간다. 더 가까운 골목에서 주민의 일상을 보다 정교하고 강력하게 파고들겠다. 특히 지역사회 주민들과 함께 결정하고 함께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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