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공사가 진행 중인 서울 영등포구 신도림의 한 건물 옥상에서 바라본 공기정화시설 공사 현장.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내년 예산이 편성된 지하공간 개발 사업 외에도 서울시는 3년 전 동부간선도로를 지하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서울역~용산역~노량진역 철길 지하화, 용산역 일대 지하광장 개발 사업 등을 두루 검토해왔다. 하지만 지하공간의 대기질이나 화재 관리 방안을 비롯해 지하공간 개발에 따른 땅꺼짐(싱크홀), 지하수 유출 등의 문제에 대한 시의 대책 마련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이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를 3일 보면, 올해 서울 지하역사 6곳에서 라돈 수치가 세계보건기구 기준(100Bq/㎥)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역사는 지하철 4호선 남태령역, 7호선 중계역·공릉역, 우이신설선 삼양역·삼양사거리역, 6호선 보문역 등이다.
문제는 지하공간 대기질이 악화되더라도 관리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하도로나 터널의 대기질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별도의 환기장치가 필요한데, 환기구를 배치할 경우 해당 지역과 그 주변 지역 주민들의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지하공간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경우다. 열린 공간이 아닌 탓에 화재나 붕괴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토목공학)는 “대기 질 관리에 대한 대책은 물론 지하공간에서 교통사고나 불이 났을 때 가스 배출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동대로를 지하화해 기차역과 상업시설, 주차장으로 만들고 지상을 잔디밭으로 만드는 영동대로 개발 계획의 지하공간 예상도. 서울시
건설 및 유지·관리에 드는 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하 개발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터널, 지하차도 등 내년 도로시설물 일상유지보수 사업에 편성된 서울시 예산은 116억6천만원이다. 라돈 저감을 포함해 지하역사 공기질 개선 사업에도 시는 내년 453억4700만원을 편성했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지하공간을 유지하고 관리할 비용은 지속적으로 시 재정에 부담을 준다”며 “지하공간 개발을 계획할 때 공사비용만이 아니라 유지·관리 비용까지 계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땅꺼짐 현상, 지하수 유출 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싱크홀 등 지반 침하 관련 사고가 수년째 계속되자 행정안전부는 올해 1월 ‘지하 안전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었다. 정부가 일정 규모 이상의 지하개발 사업을 추진할 때 지하 안전 영향평가와 사후 지하 안전 영향조사를 실시하고 전기 설비 등 안전 점검 대상이 되는 지하 시설물의 범위를 정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것만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오상근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건축학부)는 “그동안 지하공간을 이용할 자원의 측면에서만 생각해왔는데, 시민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정부가 더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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