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새벽 소방대원 및 관계자들이 경기 고양시 백석역 근처에서 발생한 지역 난방공사 배관 파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고양/박종식 기자
4일 오후 8시께 경기도 고양시 지하철 3호선 백석역 인근 도로에 매설된 지역 난방공사의 온수배관이 터져 1명이 숨지고 20여명이 화상을 입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사고 현장의 무너진 도로 흙무더기에 빠져 고립된 차량 뒷좌석에서 손아무개(69)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차 안에 물은 다 빠져 있었고 앞 유리창이 일부 깨진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직후 물이 차 안으로 쏟아지며 화상을 입은 것으로 보이나, 정확한 사망 원인은 더 조사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장 주변에 있던 주민 20여명이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부상자 가운데 2명은 중화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고로 백석역 인근은 한동안 혼잡이 빚어졌다. 뜨거운 물과 수증기가 도로로 솟구쳐 나와 이 일대 교통통행이 통제됐으며, 수증기가 자욱하게 퍼져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시민들이 통행에 불편을 겪었다. 뜨거운 물은 백석역 인근 일부 건물 상가로 흘러들어가 건물 안에 있던 시민 수십명이 한때 옥상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소방 당국은 인근 반경 약 200m 도로가 터져나온 온수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사고 초기 배관에서 80도가 넘는 고온의 물이 터져 나오며 인근에 있던 상가로 유입돼 시민들이 화상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고로 백석동 일대와 마두, 행신동 등 아파트 6개 단지, 3160가구에 난방과 온수가 끊겨 시민들이 밤새 추위에 떨어야 했다. 고양지역은 이날 오후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져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한파주의보가 발효됐다.
5일 새벽 소방대원 및 관계자들이 경기 고양시 백석역 근처에서 발생한 지역 난방공사 배관 파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고양/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일산새도시 건설 당시에 매립한 노후화된 배관이 파열한 것”이라며 “밤샘 복구작업을 진행하겠지만 난방 공급이 언제 재개될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지역난방공사와 소방당국은 긴급 복구반을 투입해 해당 관의 밸브를 잠그고 복구 작업에 나서는 한편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고양시는 이날 오후 9시40분께 시민들에게 재난 안전 문자를 보내고 주의를 당부했다.
박경만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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