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 충남연구원 충남재난안전연구센터 연구원이 7일 충북대에서 열린 제천 화재 참사 1주기 국제 학술세미나에서 소방출동체계 개편 등을 제안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제2의 제천 화재 참사를 막으려면 시·도 경계와 상관없이 소방 출동 체계를 개편하고, 소방직 공무원의 국가직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광역 지방정부 단위로 묶여 있는 소방 출동 체계를 근거리·단시간 출동 체제로 재편하자는 것이다.
7일 충북대에서 열린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1주기 국제학술세미나에서 조성 충남연구원 충남재난안전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제천 화재 참사 때 청주에서 소방대가 지원 출동했지만 실제 강원 영월 등의 접근이 훨씬 수월했다. 전국의 소방 출동대 편성 기준을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 대형 화재 때는 시·도 경계 없이 근거리 총력 출동 태세를 갖추는 게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형 화재 등의 초기 대응을 위해 지방정부 간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아울러 소방 인력을 효율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소방직 국가직화도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현장 지휘관의 역량 강화도 주문했다. 조 연구원은 “제천 화재 참사는 인력·장비 부족, 건물의 구조적 문제 등으로 피해가 컸다. 하지만 현장 지휘관 등 소방 대응도 적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지휘관은 현장 상황을 파악·지휘해야 하지만 엘피지 탱크 방어와 3층 요구조자(1명) 구조에 주력하느라 2층에 구조대를 신속하게 투입하지 못했고, 구급대 등 인력 운용도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무전을 통한 상황전파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고, 유리창·비상구 등을 통한 진입 등 적극적인 지휘 조처가 미흡했다. 대형 재난 발생 때 피해를 줄이기 위해 현장 지휘관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라정일 전 일본 돗토리대 조교수가 7일 충북대에서 열린 제천 화재 참사 1주기 국제 학술세미나에서 일본의 재난 대응 등을 설명하고 있다.오윤주 기자
시민 중심의 안전 관리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창길 인천대 교수(도시행정학)는 “지방정부, 시민단체, 기업, 시민 등이 협력하는 예방 중심의 자율 안전 감시·점검을 활성화해야 한다. 신속한 재난 대응을 위한 스마트 관리 시스템을 확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정일 전 일본 돗토리대 조교수는 “일본은 도로교통법, 자치단체 조례 등을 통해 불법 주차 차량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등 시민들의 안전 의식을 강조한다. 지진 등 재난에 대비해 평소 훈련·교육도 철저하다”고 밝혔다. 박연수 충청북도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은 “민관이 협력하는 재난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연수 충청북도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맨 오른쪽) 등이 7일 충북대에서 열린 제천 화재 참사 1주기 국제 학술세미나에서 다중이용시설 화재 참사 방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대형 재난 예방을 위한 규제 개선 요구도 잇따랐다. 김도형 미국 텍사스대 교수(공공정책학)는 “노후 시설이 밀집한 낙후 지역을 중심으로 소방안전점검을 철저히 하고, 안전관리를 위해 건축 인허가 과정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정무헌 한국소방안전원 충북지부 사무국장은 “안전관리에 무임승차는 없다. 화재 확산 요인으로 꼽힌 건축 외장재 드라이비트 사용을 보다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 대형 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관리 비용을 현실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12월 21일 29명의 희생자를 낸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 복합센터 ‘노블 휘트니스 앤 스파’ 건물. 오윤주 기자
이날 세미나는 지난해 12월 21일 29명이 숨지고 40명 다친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 복합건물 화재 참사 소방 대응 평가와 재발 방지를 위해 열렸다. 세미나는 충북대 국가위기관리소, 충북도 지속가능발전협의회, 국가위기관리학회, <중부매일> 등이 마련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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