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집 앞에 내린 눈을 건물주가 치우도록 의무화하는 서울시 조례안이 무산됐다.
서울시의회는 13일 정기회의 본회의를 열어 ‘서울시 건축물관리자의 제설 및 제빙 책임에 관한 조례안’을 상정했으나 반대 의견이 다수를 차지해 부결됐다. 내 집 앞 눈 치우기 의무화 조례안은 전국 지자체 가운데 서울시가 가장 먼저 추진했으나 서울시 조례안이 부결됨에 따라 다른 지자체 조례 제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에 개정된 ‘자연재해대책법’은 건물주에게 자기 집 앞의 눈 치우기를 의무화하고 구체적 시행방안은 각 지자체가 조례로 정하도록 했다.
서울시는 조례안에서 “건축물 관리자가 건축물의 대지와 맞붙은 보도와 이면도로 등에 제설작업을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 하루 적설량이 10㎝을 웃돌 경우 △낮에는 눈이 그친 때로부터 4시간 이내 △밤에 내린 눈은 다음날 오전 11시까지 눈을 치우도록 했다.
시의회 관계자는 “조례안에 벌칙 규정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 데다, 안전사고 등 책임 공방이 일 경우 이웃간에 분쟁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 서울에 폭설이 내렸을 때 서울시청 별관 주위에도 눈이 안치워진 상태로 있었다”며 “눈을 치우는 일차적 주체가 서울시와 자치구인데, 책임을 시민들에게 떠넘긴다는 인상을 준 면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건설기획국 관계자는 “상위법에서 눈 치우기 의무를 부과한 상태에서 시간과 방법 등 눈 치우기 절차를 명시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조례안이 부결됨에 따라 자연재해대책법의 규정을 들어 시민들에게 자발적으로 자기집 앞 눈 치우기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해 나갈 방침이다. 또 다음 시의회 임시회의에 눈 치우기 조례안을 재상정하고 시의원들을 설득해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이호을 기자 he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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