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경북 구미시 원평동 구미역 광장에 차려진 고 김용군(24)씨의 분향소에 장세용 구미시장이 구미시의원들과 함께 조문을 하고 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시길’.
20일 오후 2시 경북 구미시 원평동 구미역 광장에 차려진 천막에는 이렇게 적힌 노란 리본이 하나둘씩 걸렸다. 구미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이곳에 고 김용균(24)씨의 분향소를 차렸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지난 11일 숨진 김씨는 경북 구미 형곡동에서 부모와 함께 살았다. 그는 구미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250㎞ 떨어진 충남 태안군까지 갔지만 부모의 곁에 돌아오지 못했다.
이날 김씨의 구미 분향소에는 청년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들은 노란색 리본과 종이에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꼭 만들 거야’, ‘혼자 무서운 곳에서 있게 해서 미안해’, ‘관심 갖지 못해서 모른 척 지나쳐 버려서 죄송합니다’ 등을 적어 붙였다. 한 시민은 구미 분향소에 조화를 보내기도 했다.
전예지(21)씨는 “나도 공장에서 일해본 적이 있는데 정말 힘들고 처우도 좋지 않아 못 버티고 그만뒀다. 고 김용균씨를 보며 나도 저런 일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무서웠다”고 말했다. 홍석현(26)씨는 “같은 청년으로 너무 안타깝다. 나도 그런 사고를 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오후 2시20분께 더불어민주당 장세용 구미시장과 김재우·홍난이 구미시의원 등 8명도 함께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장 시장은 노란 종이에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장 시장은 “이렇게 젊은 생명들이 너무나 쉽게 사라져 가는데 대해 너무 안타깝다. 구미에도 비정규직 젊은 노동자가 많은데 그 분들도 이런 아픔을 겪지 않도록 시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 소중한 아들을 잃으신 어머님의 마음은 그 누구도 위로할 수 없겠지만 시장으로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김재우 구미시의원은 “구미에 일할 곳이 없어 다른 지역으로 떠나 일자리를 구해 일을 하다가 세상을 떠난 고 김용균씨의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 노동자가 잘 살고 노동자가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구미 분향소는 24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밤 9시까지 운영된다.
글·사진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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