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학생 3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친 강릉 펜션에 설치된 가스보일러는 무등록 시공업자가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무등록 업자가 부실하게 보일러와 배기관을 설치해 이번 사고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일 강릉시는 “해당 펜션 가스보일러를 시공한 것으로 알려진 ㄱ업체는 강릉시에 ‘가스시설시공업’ 등록을 한 업체가 아니다”라고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방자치단체는 조건을 갖춘 업체가 등록을 신청하면 등록 기준에 적합한지 확인하는 역할만 한다. 미등록 업체가 시공해서 생기는 문제는 개별법에 따른 처벌 조항이 있다”고 말했다.
건설산업기본법에는 가스보일러는 가스시설시공업 1·2·3종을 등록한 자가 시공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한국열관리시공협회 관계자는 “가스보일러 시공을 하려면 자격을 갖춘 사람이 인력과 장비, 사무실 등을 갖추고 지자체에 등록해야 한다. 가스보일러가 터지거나 이번처럼 가스가 유출되면 사람을 숨지게 할 정도로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사고가 난 펜션의 가스보일러는 보험증서도 없이 시공됐으며, 시공업체는 한국열관리시공협회나 전국보일러설비협회 중 어느 곳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전국보일러설비협회 강릉지부 관계자는 “가스보일러를 시공하면 협회에서 보험증권을 끊는데 해당 업체는 협회 회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열관리시공협회 강원도회 관계자도 “등록업체는 다 협회에 와서 보험증서를 끊어야 하는데, 해당 업체는 보험증서를 발급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사고가 난 가스보일러에 붙어 있는 사용자와 시공자 등록번호, 시공관리자 성명 등 시공표지판은 빈칸으로 남겨져 있었다. 보일러 시공업체의 한 관계자는 “보일러에 시공표지판이라는 노란 딱지가 붙어 있다. 그 노란 딱지에 시공업체의 정보를 적도록 돼 있다. 그런데 다섯 자리인 협회 코드 넘버나 전화번호가 없으면 무자격자가 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해당 보일러는 2014년 최초 건물주가 가스보일러를 직접 구매한 뒤 시공을 동네의 무자격 업체에 맡긴 것으로 추정된다. 등록업체들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주거용 가스보일러의 설치·검사 기준’에 맞춰 시공을 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보일러와 배기관을 내열 실리콘으로 마감해야 한다. 하지만 사고가 난 보일러엔 실리콘 마감 흔적이 없었다. 한국열관리시공협회 관계자는 “보일러 시공비가 대당 50만~60만원 정도 하는데, 무등록 업자들은 이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소비자들은 자격 여부를 확인하기보다는 비용이 저렴한 쪽에 맡긴다”고 말했다. 무등록 업체에 보일러 시공을 맡겨 이번 사고가 일어났다면 펜션 쪽은 민형사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펜션 운영자의 관리 소홀이 인정되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한겨레>는 해당 업체와 펜션 주인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회신을 받을 수 없었다.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어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강릉 펜션 사고 뒤 사흘 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학생들은 건강 상태가 회복되고 있다. 강릉아산병원에 입원한 학생 5명 중 3명이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학생 2명도 조금씩 상태가 나아지고 있다. 강릉아산병원 관계자는 치료 이후 상황과 관련해 “현재로서는 회복 정도를 말할 수 없다. 합병증이나 여러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이날 오후 이번 사고 희생자 3명의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서울 은평구 대성고 앞엔 수백명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찾아와 슬픔을 나눴다. 학교 쪽은 조용히 장례를 치르고 싶다는 유족의 뜻에 따라 취재진 등 외부인의 학교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대성고는 지난 19일부터 사흘 동안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강릉/박수혁 이정규,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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