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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격자가 보일러 시공했는데…가스안전공사 검사 “적합”

등록 2018-12-21 20:08수정 2018-12-21 20:42

강릉 펜션 사고 ‘부실 점검’ 의혹
시공표시판·내열실리콘 처리
가스안전공사 점검 대상인데
2014년 설치 때 완성검사 합격
강릉 펜션 사고 현장의 보일러 모습. 보일러와 배기구를 연결하는 연통이 서로 어긋나 있다.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공
강릉 펜션 사고 현장의 보일러 모습. 보일러와 배기구를 연결하는 연통이 서로 어긋나 있다.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공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고교생 3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친 강릉 펜션에 설치된 가스보일러를 무등록 시공업자가 설치해 시공자 정보가 없고 보일러와 배기관(연통) 사이에 접착물인 내열 실리콘 처리가 안 돼 있었는데도,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안전성을 확인하는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부실시공에 이어 부실점검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안전검사만 제대로 했어도 이번 참사는 피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한국가스안전공사와 경찰의 말을 종합하면, 일산화탄소가 누출돼 학생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강릉 펜션의 보일러는 2014년 설치 당시 가스안전공사의 안전검사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다.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시행규칙에는 가스보일러 등 가스 설비를 시공할 때 가스안전공사로부터 안전성을 확인하는 ‘완성검사’를 받게 돼 있다.

문제는 보일러 시공표시판에 처음부터 시공자 정보가 없었고, 보일러와 배기관이 연결되는 부위에서 일산화탄소가 새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한 내열 실리콘 마감 처리가 돼 있지 않았는데도 완성검사를 통과했다는 점이다. 시공표시판은 보일러 앞에 붙이게 돼 있는 노란색 스티커로 시공자와 보일러 사양, 시공 내용 등을 적게 돼 있다. 앞서 경찰은 “보일러 앞에 붙어 있는 시공표시판에 시공자 정보가 기재돼 있지 않았고, 엇갈린 보일러와 배기관 사이에 내열 실리콘 등이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가스안전공사의 설명도 부실점검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사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시설기준과 기술기준에 따라 시공표시판 부착이나 내열 실리콘을 포함한 배기관 접속 여부를 검사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내열 실리콘 처리가 안 돼 있다면 완성검사 통과가 불가능한가’란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시공표시판에 시공자 정보가 없고 내열 실리콘 처리가 되지 않았는데도 사고가 난 펜션의 보일러는 완성검사를 통과한 것이다.

공사 쪽이 완성검사 합격 사실을 누구에게 알렸는지도 의문이다. 공사 쪽은 “완성검사는 시공업자가 신청하게 돼 있기 때문에 검사에 합격하면 증명서를 시공업자에게 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의 보일러에는 시공업자가 기재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그 부분은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다만 “보일러 시공업자와 가스 배관을 시설한 사람이 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보일러 시공업자가 완성검사를 신청한 것이 아니라, 보일러에 가스 배관을 시설한 시공업자가 완성검사를 신청한 뒤 증명서를 받아 갔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릉 펜션 사고 현장의 보일러 모습. 보일러와 배기구를 연결하는 연통이 서로 어긋나 있다.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공
강릉 펜션 사고 현장의 보일러 모습. 보일러와 배기구를 연결하는 연통이 서로 어긋나 있다.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공
경찰은 현재 당시 펜션 건물주와 시공업자, 가스공급업자 등을 상대로 부실점검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특히 펜션 소유주와 운영자 등이 보일러 관리에 소홀했는지도 함께 살피고 있다. 학생들이 묵은 객실에는 지난 1일과 8일 투숙객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펜션 운영자는 ‘그때도 보일러를 가동했으나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사고를 당한 학생들이 객실에 묵기 전 열흘 동안 비어 있던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밝혀내는 것도 경찰의 과제다.

강릉/박수혁, 최하얀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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