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의 황필상 박사.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모교에 180억원을 기부했다가 140억원대의 증여세를 부과당한 뒤, 세무당국에 맞서 법정 다툼을 벌였던 황필상(71) 박사가 31일 세상을 떠났다. 280억원가량을 사회에 환원한 것으로 알려진 황 박사는 자신의 주검을 병원에 기증하며 마지막 길에도 나눔을 실천했다.
황 박사는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내고 1973년 26살에 아주대 기계공학과에 입학했다. 프랑스에서 국비 장학생으로 공부하며 박사 학위를 땄고, 1984∼1991년에 한국과학기술원(현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황 박사는 1991년 생활정보신문(수원교차로)을 만들어 새길을 걸었다.
이후 그는 아내와 두 딸을 설득해 보유한 수원교차로 주식 90%(10만 8천주)를 모교인 아주대에 기증했다. 시가 177억여원에 달하는 액수다. 이에 학교 쪽은 ‘황필상 아주 장학재단’(현 구원장학재단)을 만들어 전국의 대학생들에게 장학금과 연구비를 지원했다.
그러나 세무당국은 2008년 황 박사의 기부를 문제 삼아 재단에 140여억원을 증여세로 물렸다. 이 과정에서 황 박사는 연대납세자로 지정돼 약 20억원의 개인재산을 강제집행 당하기도 했다. 재단은 2009년 “명백한 장학지원 활동과 투명한 운영이 드러나 있는데도 거액의 세금을 부과한 것은 잘못”이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1심은 황 박사의 기부를 증여세를 회피하려는 의도로 볼 수 없다며 장학재단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황 박사의 경제력 승계 위험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수원세무서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4월 “경제력 세습과 무관하게 기부를 목적으로 한 주식 증여에까지 거액의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당시 황 박사는 “아주대에 주식을 내어주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더라도 기부를 하겠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황 박사는 1994년 아주대의료원에 주검 기증 서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박사의 빈소는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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