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부산·울산·경남 시민단체들과 광역정부들이 김해신공항 건설을 전면 반대하는 운동에 나섰다. 이들은 신공항 계획이 김해공항 확장에 불과하다며, 장거리 국제공항으로 쓸 수 있는 새 공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김해신공항이 오랜 진통 끝에 합의된 내용이어서 변경은 어렵다는 의견이다.
1일 부산·경남의 시민단체들로 꾸려진 ‘김해신공항반대 및 동남권관문공항추진 부울경시민운동본부’는 국토부의 김해신공항 건설안에 전면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시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국민청원에 20만명 이상의 참여를 이끌어내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받아내겠다는 계획이다. 또 청와대 앞 상경투쟁도 준비하고 있다.
김해신공항 반대의 깃발을 든 사람은 오거돈 부산시장이다. 오 시장은 오는 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해신공항 계획을 폐기하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고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오 시장뿐 아니라,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등 경남권 3개 광역정부장들은 이 문제와 관련해 국무총리와 국토부장관에게 국무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 설치를 요구할 계획이다.
앞서 부산·울산·경남의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은 지난달 26일 국토부의 김해신공항 건설안을 공식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국토부의 계획은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계획에 불과하다. 급증하는 중·장거리 여객과 화물 항공 수요를 처리할 수 없고, 24시간 안전한 동남권 관문공항 기능이 불가능하다”며 김해신공항 계획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핵심적인 문제는 관문공항 여부다. 부울경은 새 공항이 유럽이나 미국 등 장거리 노선이 취항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국제공항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거리 국제공항이 되려면 24시간 운영돼야 하고, 활주로 규모가 더 커져야 하며, 여객 수요가 충분해야 한다. 이를 두고 국토부와 부울경은 큰 이견을 보이고 있다. 김용석 국토부 공항항행정책관은 “국제기준에 따라 관문공항이 될 수 있게 여객 수요, 활주로 규모 등 기본계획을 세웠다. 항공기도 불가피한 경우를 빼고는 이른 새벽에 입항하지 않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24시간 운항이 안 되더라도 관문공항으로 운영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경영학과)는 “지난 정부가 진통 끝에 결정한 내용을 존중해야 한다. 이렇게 논란이 되면 지역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공항은 건설 공사에만 10년가량 걸리는데, 다시 늦어지면 결국 그 피해는 해당 지역이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영남권 신공항 문제는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검토를 시작했고,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했다가 백지화했다. 박근혜 정부는 가덕도를 요구하는 경남권과 밀양을 요구하는 경북권이 충돌하자, 기존 김해공항에 활주로를 추가하는 김해신공항안으로 결론 내렸다. 그러나 경남권에선 여전히 가덕도에 신공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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