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시장이 3일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김해신공항의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오거돈 부산시장이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김해신공항의 백지화를 공식 요구했다.
오 시장은 3일 부산시청 1층 대회의실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의 김해신공항은 소음과 안전, 활주로 길이, 확장성, 장애물 등 무시할 수 없는 심각한 오류를 명백히 갖고 있다. 공정하고 객관적 절차를 통해 김해신공항의 백지화를 관철하고 제3의 지대에 800만 부산, 울산, 경남이 염원하는 동남권 관문공항 신설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김해신공항이 미국과 유럽 등 장거리 운항에 필수적인 24시간 운영이 불가능한 ‘반쪽짜리 관문공항’이라고 낮게 평가했다. 오 시장은 “제3의 지대가 어디를 말하는 것이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가덕도를 포함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언급을 자제했던 가덕도를 공식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3일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오 시장은 다만 가덕도 카드를 전면화할 경우, 대구·경북과 갈등이 일어날 수 있어 일단은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오 시장은 “국무총리실 산하 검증기구에 ‘박근혜 정부 당시 김해신공항의 선정과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밝혀달라’고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또 “동남권 신공항에 부정적인 국민들에게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하고 대체 공항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의 이런 신중한 태도는 대구·경북과의 갈등 외에 경제 상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문재인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뜻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24시간 운영되는 동남권 신공항을 공약한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태도를 이끌어내기 위해 더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는 부울경 지역의 여론도 작지는 않다. 아직까지 이 문제의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김해신공항 건설이 원칙이며, 국무총리실에서 이 문제를 재검토한다면 이를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오 시장은 “올해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를 부산에 유치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