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가 지난해 11월15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동대 효암 채플 별관에서 “포항 지진 피해 복구를 기념한다”면서 ‘11.15 지진 1주년 감사예배’를 열고 있다. 한동대 누리집
건학 이념 등을 이유로 대학 내에서 성소수자 관련 강연회와 영화 상영 대관 등을 불허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와 평등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결정이 나왔다.
인권위는 성소수자 관련 강연회를 열었다는 이유로 이를 주최한 학생들에게 무기정학 등 징계 처분을 한 한동대에 징계 처분을 취소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라고 권고했다고 7일 밝혔다. 국가인권위는 결정문에서 “한동대가 강연회 개최를 허가하지 않고 피해자들을 무기정학 또는 특별지도 처분한 행위로 달성하려는 설립 이념의 구현은 불명확하지만, 훼손되는 피해자들의 인권적 가치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또 “한동대에서 내세우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한 건학이념의 구현은 학교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의 차이를 인정하며 지속적인 토론과 대화를 통한 이해와 설득 등을 통해서 이뤄지는 것이지 강요 또는 강제 및 제재로 이뤄질 수 없다. 한동대가 강연회 개최 자체를 강제로 불허한다거나 법령이나 학칙에 근거하지 않는 규정으로 무기정학의 징계 또는 특별지도라는 제재라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수단의 적합성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동대 학생 석지민(28)씨 등은 2017년 12월8일 임옥희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등을 초청해 성소수자 등을 주제로 한 강연회를 열었다. 하지만 한동대는 강연회 당일 이를 허가할 수 없다고 학생들에게 통보했다. 학생들이 강연회를 예정대로 진행하자 한동대는 지난해 2월22일 석씨에게 무기정학, 다른 학생들에게는 특별지도 처분 등을 했다. 학생들은 이에 반발해 인권위에 진정을 내고 한동대 이사장과 교수 3명을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한동대는 환경폐기물 처리업으로 돈을 번 송태헌 대영그룹 회장이 개신교계 사립대학으로 1994년 설립했다. 이재훈 온누리교회 담임 목사가 대학 이사장, 장순흥 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학부총장이 대학 총장을 맡고 있다. 한동대는 2017년 정부로부터 국고보조금 216억원을 지원받았다.
인권위는 “2015년 숭실대 총여학생회가 연 행사에서 성소수자 커플의 결혼식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마이 페어 웨딩>을 상영하려고 하자 학교 쪽이 대관을 허가하지 않은 것도 차별 행위”라고 판단했다. 당시 숭실대는 “해당 영화를 상영하는 것은 대학 설립 이념인 기독교 정신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관 허가를 취소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 행위”라며 숭실대 총장에게 “앞으로 시설 대관을 허용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이번 결정에 대해 “대학에 종교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이 있다고 인정하지만, 학내 구성원의 기본권 제한에는 한계가 있다”며 “건학 이념을 이유로 장애인, 소수 인종,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를 배제하는 행위는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일우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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