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민 부산시 행정부시장이 7일 밤 돌연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엘시티 사업자로부터 선물을 받았으나 직무 연관성은 없었다’는 부산시의 감사 결과가 나온 직후다. 시 고위직이 엘시티 선물 수수로 낙마한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정 부시장은 이날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려 “저와 관련한 언론보도로 인해 억울함과 답답함이 있었으나 공식 결과를 기다렸다. 무혐의가 발표된 만큼 이제 자유롭게 저 자신의 거취를 결심할 시기가 왔다.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 부시장은 2015년 5월 행정안전부로 파견을 가있었으나, 대학 선배인 오거돈 부산시장이 취임하면서 발탁돼 지난해 8월 행정부시장에 임명됐다. 하지만, 엘시티 선물 명단에 이름이 올라 5개월 만에 물러났다.
부산시는 8일 “청렴감사담당관실 감사결과 처분심의위원회가 지난 7일 엘시티가 선물을 보낸 명단에 이름이 올랐던 3급(부이사관) 이상 현직 고위직 4명 가운데 ㅈ씨는 중징계, ㄱ씨는 경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들 2명을 징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 부시장과 또 다른 간부 ㅈ씨는 엘시티로부터 선물을 받았지만, 심의위는 직무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해 징계를 요구하지는 않기로 했다고 시는 밝혔다.
엘시티는 해운대해수욕장 앞에 들어설 초고층 호텔·아파트단지로, 올해 11월 완공 예정이다. 애초 이곳엔 아파트와 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가 없었지만, 부산시가 2009년 12월 규정을 바꾼 뒤 2011년 10월 호텔과 아파트 건축을 허가했다. 검찰 수사로 수십명이 기소되고 사건이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오거돈 시장 취임 뒤 엘시티로부터 선물을 받은 고위 공직자 명단이 다시 나와 후폭풍이 불고 있다.
정 부시장에 앞서 전임자인 정경진 전 행정부시장도 엘시티의 직격탄을 맞았다. 오거돈 시장은 그를 부산교통공사 사장으로 낙점했으나 엘시티 선물 명단에 이름이 오른 사실 때문에 시 의회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김종철 전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장도 오 시장이 부산지방공단 스포원 이사장 후보자로 지명했으나, 엘시티로부터 30만원짜리 선물을 12차례 받은 것으로 드러나 시 의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고 자진 사퇴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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