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국외여행에서 현지 가이드를 폭행한 박종철(54) 경북 예천군의원이 이번 여행을 결정한 심사위원회의 위원장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 의원이 폭행 뒤 합의서를 받고 나서 가이드에게 “너도 나 한번 때려봐라. 나도 돈 좀 벌어보자”고 말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지난해 11월26일 예천군의회에서 열린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예천군의회 공무국외여행심사위 위원장은 당시 부의장이었던 박 의원이 맡았다. 이날 회의 참석자 7명 중 심사위원은 박 의원과 김은수 의원, 황의현 경북도립대학 교수, 임석종 예천양잠협동조합장, 권종항 예천군녹색희망연합회장 5명이었다.
박 의원은 이 자리에서 “의원들이 임기 시작 후 처음으로 떠나는 공무국외연수이기 때문에 많은 부담과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예천군의회가 제출한 미국·캐나다 공무국외여행 계획서(지난해 12월20일~29일·비용 6188만원)에는 나이아가라폭포와 아브라함 대평원 등 관광성 일정도 포함돼 있었지만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결국 이 공무국외여행 계획은 출석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박 의원에게 폭행당한 가이드 ㅅ씨는 8일〈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지난달 23일 폭행 전후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ㅅ씨는 “캐나다에서 마지막 날 의장과 다른 의원 한 분이 중재(합의 요구)를 했다. 그래서 합의를 하기로 했는데 돈을 받기 전 합의서에 사인을 먼저 해 달라고 해서 먼저 해 줬다. 의원이니까 믿고 해 줬는데 그 합의서를 주머니에 넣자마자 돌변했다. 그러면서 바로 막말을 내뱉었는데. ‘너도 나 때려봐라. 나도 돈 좀 벌어보자’ 뭐 이런…”이라고 털어놨다.
ㅅ씨는 또 공무국외여행 중 자신에게 술집 여성 접대부 이야기를 한 사람이 권도식(61) 의원이라고 밝혔다. ㅅ씨는 “처음에는 농담하시는 건가 했는데 ‘이거 농담 아니다. 정말로 좀 찾아봐 달라’고 해서 ‘여기는 그런 곳 없습니다’ 했더니 ‘보도(여성 접대부)를 불러 달라’고 그랬다. 버스 안에서 또 버스 밖에서 여러 번 그렇게 부탁을 하셨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 의원은 “내가 태어나서 외국에 처음 가 궁금한 것이 많아서 ‘여기도 한국처럼 노래방이나 가요주점 문화가 있느냐’, ‘도우미도 거기 있느냐’고 한 번 질문한 것이 전부였다. 노래방 가면 눈도 어둡고(해서 도우미가) 책자에 있는 번호도 찾아주니, 그런 의도로 물어본 건데 수차례 요구했다고 하니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0~29일(7박10일) 열린 예천군의회의 캐나다·미국 국외 연수에는 의원 9명 전원(여성 2명)과 의회사무과 공무원 5명(여성 3명)이 참여했다. 박 의원은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4일 부의장직을 사퇴하고 자유한국당을 탈당했지만, 박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한겨레>는 박 의원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8일 오후 6시까지 예천군의회 누리집에는 200여개의 비판글이 올라왔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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