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 한 철강 가공 공장에서 자동문을 설치하다 20대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 원인으로 고소작업대(리프트)의 결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고소작업대는 급격히 상승할 경우 ‘과상승 방지장치’가 작동해 끼임 사고(협착)로 인한 희생을 막을 수 있지만, 숨진 노동자는 작업대와 문틀 사이에 끼여 참변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화성서부경찰서는 지난 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기관과 함께 벌인 현장 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숨진 ㄱ(27)씨가 밟고 올라가 작업을 하던 고소작업대의 결함 여부를 8일 집중 조사 중이다. 사고 당시 폐회로텔레비전(CCTV) 녹화 영상에는 자동문 설치업체 소속 ㄱ씨가 작업을 위해 탄 고소작업대가 급격하게 위로 올라갔다가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모습이 담겨 있다. ㄱ씨가 소속된 설치업체는 이 장비를 다른 업체에서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
대체로 공사 현장 등에서는 고소작업대를 전문임대업체에서 빌려 사용한다. 이 때문에 실제 이 장비를 쓰는 작업자는 기계를 조작하는데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고, ㄱ씨가 당한 것처럼 끼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협착방지장치’도 있으나, 정작 현장에서는 이런 장치까지는 잘 빌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작업대에는 과상승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있고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비상장치도 있다. 작업대가 급격히 상승할 경우 과상승 방지장치가 작동해 사고를 막게 돼 있는데, 사고가 난 것을 보니 기계 결함이나 작업자의 미숙한 조정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작업대 오작동 여부는 물론 사고가 난 장비에 설치된 장치들이 안전기준을 제대로 갖췄는지에 대해서도 중점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지난 4일 사고가 일어날 당시 현장에는 안전관리자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찰은 자동문 설치업체는 물론, 해당 작업을 의뢰한 업체에도 책임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벌이는 중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화성서부경찰서는 “이번 사고 당시 현장에는 입사한 지 각각 7개월, 12개월 된 직원 둘만 있었고, 이들의 작업 상황과 안전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안전관리자가 없었던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8일 밝혔다. 안전관리자가 있었더라면, 사고 당시 ㄱ씨에 대한 구조가 더욱 신속하게 이뤄졌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자동문 설치업체와 설치 의뢰 업체 모두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앞서 지난 4일 자동문 설치업체 직원인 ㄱ씨는 5m 높이의 자동문을 달기 위해 고소작업대에 올라 배선 작업을 하다가 이 장비가 갑자기 올라가면서 문틀과 리프트 사이에 끼여 숨졌다. ㄱ씨와 함께 지상에서 작업하던 ㄴ씨는 동료 ㄱ씨의 비명을 듣고 즉시 구조에 나섰지만, 리프트 조종장치가 ㄱ씨와 함께 문틀과 리프트 사이에 끼여 구조하지 못했다. ㄱ씨는 출동한 소방대가 작업대를 해체한 뒤에야 문틀과 리프트 사이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유족들은 현재 “사고가 일어난 지 40여분 동안 적절한 구조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친 잘못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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