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강원도 태백시 고랭지 배추 주산지. 농민들이 배추 모종에 물을 주고 있다. 사진 류우종 기자
해마다 반복되는 가뭄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올해부터 가뭄 예·경보를 현행 3단계에서 4단계로 세분화된다. 두달 뒤 가뭄상황을 전망하는 중기 가뭄 예보도 확대된다.
9일 행정안전부는 여름철에만 강수가 집중돼 다른 계절에 가뭄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한 ‘2019년 가뭄 종합대책’을 내놨다. 김종효 행안부 재난대응정책관은 “최근 연 강수량의 변동 폭이 커지고 매년 가뭄이 상시화 돼가고 있다. 정부는 올해 극한 가뭄을 가정해 사전부터 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책은 지난해 봄철 일부지역에 생활용수와 공업용수가 부족했고 여름철 폭염으로 인해 밭작물 피해가 컸던 점을 올해 보완하기 위해서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가뭄 종합대책을 보면, 기존에 주의-심함-매우심함 3단계였던 가뭄 예경보 제도가 관심(약한 가뭄), 주의(보통 가뭄), 경계(심한 가뭄), 심각(극심한 가뭄) 총 4단계로 세분화된다. 기존에 관심 단계가 없어 주의 단계에 접어들기 전 미리 준비할 수 없었던 한계를 보완한 것이다. 2개월 뒤를 전망하는 중기 가뭄 예보도 확대될 예정이다.
또한 자연재해대책법을 개정해 가뭄 예경보 제도를 법제화한다. 지금까지는 예경보 제도가 법제화 되지 않아 예경보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시설투자가 어려웠다. 가뭄 피해액 산정 기준을 마련해 상습적인 가뭄재해지역을 선제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의 가뭄 관리 상황을 일원화하는 통합가뭄정보시스템도 구축될 예정이다. 지금은 가뭄이 발생했을 때 생활·공업용수 분야, 농업분야, 기상 분야에 대해 행안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각 부처별로 따로 관리했다. 정부가 이를 통합해 일원화하는 하나의 플랫폼을 만들어 정보를 함께 관리하기로 했다.
최근 가뭄발생빈도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행안부의 집계를 보면 2001년부터 2018년 사이 가뭄은 총 13회 발생해 연간 평균 0.72회다. 1904년부터 2000년 사이 총 35회의 가뭄이 발생해 연간 평균 0.36회였던 것에 견줘 늘어난 수치다.
현재 1월 전국의 누적 강수량과 저수율은 평년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행안부는 홍수기에 접어드는 6월21일 전까지는 물 부족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누적 강수량과 저수율은 지역별, 계절적 편차 커 탄력적 대응해야 할 것으로 행안부는 보고 있다.
1월 현재 기상청의 기상 전망을 기준으로 서울, 인천, 강원 횡성군, 경기 13개 도시, 충남 일부 지역 등이 가뭄 관심(약한 가뭄) 단계다. 환경부의 생활·공업용수는 경북 포항시가 관심(약한 가뭄) 단계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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