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경북 예천군의회 건물 앞에 예천군의원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펼침막이 걸려있다.
캐나다 여행 가이드 폭행으로 지탄을 받는 예천군의회가 지난해 경북 23개 기초의회 가운데 1인당 국외연수 비용을 가장 많이 편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예천군의원과 사무국 공무원들은 비판이 커지자 국외연수에 쓴 비용을 모두 반납했다. 경찰은 가이드를 폭행한 박종철(54) 예천군의원을 곧 소환하기로 했다.
9일 <한겨레> 취재 결과, 경북 23개 기초의회 중에서 지난해 국외연수를 다녀온 곳은 모두 17곳이다. 상주시의회와 의성·청도·고령·청송·울릉군의회 6곳은 지난해 국외연수를 가지 않았다. 국외연수를 다녀온 기초의회 17곳 중에서 예천군의회는 의원 1인당 가장 많은 비용(540만원)을 편성했다. 김천시의회(532만원), 봉화군의회(520만원)가 뒤를 이었다. 영덕군의회는 가장 적은 비용(210만원)을 썼다. 예천군의회는 국외연수 비용도 가장 많이 편성했지만 실제 쓴 돈(1인당 442만원)도 가장 많았다.
앞서 지난 8일 <안동문화방송>은 박 의원이 국외여행 중 버스 안에서 현지 가이드를 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지난달 23일 저녁 6시13분께 박 의원은 버스 뒤쪽 자리에 누워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 앞쪽에 앉은 가이드 ㅅ씨에게 다가갔다. 박 의원은 이어 ㅅ씨의 얼굴을 오른손 주먹으로 두차례 강하게 때렸다. 버스 안에는 다른 군의원들도 있었지만 폭행이 이어지는 동안 구경만 했다.
가이드 폭행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예천경찰서는 지난 8일 연수를 다녀온 의원과 공무원들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했다. 현지 가이드로부터 버스 안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도 확보했다. 경찰은 가이드로부터 진단서와 진술서를 제출받는 즉시 박 의원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박 의원에게 폭행치상이 아닌 상해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박 의원은 과거 전과가 2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난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9일 저녁 이형식 예천군의회 의장은 군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의원을 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군의회 윤리특별위원회를 개최해 박 의원을 제명하고 기타 물의를 일으킨 의원들도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이어 이번 사태가 수습되면 자신도 의장직을 내려놓고 앞으로 국외여행은 가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의원들 모두 의원직을 사퇴해야한다는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봉화군농민회는 이날 저녁 의원 전원 사퇴를 요구하며 의장실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어 예천군의원들에 대한 엄중 조치를 소속 정당인 자유한국당에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여성위원회(위원장 안선미)는 이날부터 예천군의회 앞에서 의원 전원 사퇴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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