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제명” 밝혔지만 여론은 “의원 전원 사퇴”
오늘 박종철 피의자로 경찰 출석…상해 혐의 적용
예천서 ‘의원 전원 사퇴’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도
지난 9일 오후 경북 예천군의회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여성위원회 안선미 위원장이 예천군의원 전원 사퇴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공무국외여행 중 가이드 폭행·접대부 요구 등으로 궁지에 몰린 경북 예천군 의회가 가이드 폭행 혐의를 받는 박종철 의원에 대한 ‘제명 카드’를 꺼냈지만 성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의원 전원의 사퇴 요구는 물론이고 지역구 국회의원인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박 의원은 11일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예천 주민들은 11일 오전 10시30분 예천군 예천읍 노하리 천보당 앞 네거리에서 예천군 의원 전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들은 예천경찰서에 집회 참여 예상 인원을 80명으로 신고했다. 12일 오후 2시에도 같은 장소에서 집회가 예정돼 있다. 예천군 농민회(회장 최한열)는 이형식 군 의장이 박 의원을 제명하겠다고 발표한 직후인 지난 9일 저녁 6시30분부터 의원 전원 사퇴를 요구하며 의장실을 떠나지 않고 있다. 예천군청 앞에서는 지난 9일에 이어 10일에도 의원 전원 사퇴를 요구하는 1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예천군 의회 누리집 게시판에는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 동안 3천건이 넘는 항의 글이 폭주했다. 10일 새벽 의회 게시판에는 ‘장난치나, 꼬리 자르기라니’, ‘나머지는 잘못 없다 이거냐?’, ‘박종철만 나갈 게 아니라 전원 사퇴하라고’, ‘기초의원 공천권 가진 최교일 국회의원 책임지세요’ 등 수많은 글이 올라왔다. 이에 따라 한국당 경북도당(위원장 장석춘)도 이날 이번 사태에 대해 논란이 일어난 지 9일 만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예천경찰서는 11일 오후 3시 상해 혐의로 박 의원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여행 가이드를 폭행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박 의원은 이날까지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고 있다. 그는 의회에도 나오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는 등 잠적한 상태다. 11일 경찰에 나온다면 지난 4일 이후 일주일 만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예천 읍내에서 만난 한 여성 주민은 “부끄러워서 다른 지역에 가서 예천에 산다는 말을 못하겠다. 매일 우리 지역 뉴스가 쏟아지는 것을 보고 자괴감이 든다. 이 정도 됐으면 모두 의회에서 나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예천군 의원 9명 전원과 의회 사무과 공무원 5명은 지난달 20~29일 미국과 캐나다에 공무국외여행을 다녀왔다. 그런데 그 기간에 박 의원이 현지에서 가이드를 폭행한 것이 드러났고, 권도식 의원이 가이드에게 여성 접대부를 요구해 파문을 일으켰다. 의원들이 호텔에서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웠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안동문화방송>이 지난 8일 공개한 해당 버스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보면, 박 의원은 가이드를 마구 폭행하고 있고, 다른 의원들은 말리지 않고 지켜보고만 있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