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예천 주민들 집회 “이 지경인데 사퇴한 의원 하나 없느냐”

등록 2019-01-11 13:12수정 2019-01-11 20:53

예천 주민들, 11일 오전 예천군의원 전원 사퇴 요구하며 집회
예천군의회로 행진해 ‘사죄의 108배’, 의장에게는 요구서 전달
“부끄러움 못 느끼는 군의원들 뽑은 것 무한한 책임감 느껴”
11일 낮 경북 예천군 예천군의회 앞에서 주민들이 “예천군의원들의 추태에 국민들께 용서를 구한다”며 ‘사죄의 108배’를 하고 있다.
11일 낮 경북 예천군 예천군의회 앞에서 주민들이 “예천군의원들의 추태에 국민들께 용서를 구한다”며 ‘사죄의 108배’를 하고 있다.
“이 지경이 됐는데 할복은 커녕 (의원직) 사퇴한 의원 하나 없습니다. 뽑아준 우리 잘못도 있지만 이제는 의원들 사퇴해야 합니다.”

11일 오전 11시40분께 경북 예천군 예천군의회 앞에서 전병동 ‘예천군의원 전원 사퇴 추진위원회’ 위원장이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외쳤다. 그는 “충효의 고장인 예천군의원 전원이 군민 혈세로 미국, 캐나다로 나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은 물론 현지 가이드를 폭행하는 어처구니 없는 저질렀다. 여성 접대부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떼를 썼다. 버스 안에서도 음주와 추태를 부렸다는 뉴스로 전 국민들은 공분하고 있다. 의원들에게 예천의 명예와 자존심이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자”고 말했다.

예천군의회 입구에는 ‘대국민 사과문’이라고 적힌 대형 펼침막이 걸려있었다. 이날 아침 주민들은 ‘군의원들의 자진사퇴를 바라는 예천군민들’이라는 이름으로 예천군의회 입구에 펼침막을 걸었다. 펼침막에는 ‘철면피 예천군의회 의원들을 배출한 예천 군민으로서 몸 둘 바 모르는 부끄러움으로 대국민 사과를 드린다’고 적혀 있었다. 주민 5명은 “국민 여러분께 용서를 구한다”며 이날 낮 12시께 펼침막 앞에서 ‘사죄의 108배’를 했다.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지향하는 예천엄마모임’은 예천군청 주변에 ‘예천군의회는 비민주, 비교육, 퇴폐의 온상입니다. 전원 사퇴하십시오’라고 적힌 펼침막을 걸었다.

11일 오전 경북 예천군 예천군의회 2층 권도식 의원 사무실 문에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종이가 붙어있다.
11일 오전 경북 예천군 예천군의회 2층 권도식 의원 사무실 문에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종이가 붙어있다.
예천군의회 2층 의장실, 부의장실, 각 의원사무실 문 등에는 ‘의원 전원 사퇴’라고 적힌 종이가 곳곳에 붙었다. 각 의원들 방은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전병동 ‘예천군의원 전원 사퇴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55분께 유일하게 의회에 나와있던 이형식 의장에게 ‘의원 전원 사퇴 요구서’를 전달했다. 하지만 사퇴서를 받은 이 의장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말하고 부의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주민들은 예천군 예천읍 노하리 천보당 앞 네거리에서 의원 전원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주민 100여명이 나와 ‘군의원 전원 사퇴하라’, ‘예천 기자들은 왜 침묵하는가’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이들 중 40여명은 이날 오전 11시부께터 30분 동안 예천군의회 향해 행진하며 “군의원은 전원 사퇴하라”고 외쳤다. 이후 이들은 예천군의회 앞에서 집회를 이어나갔다.

최한열 예천군 농민회장은 “의원들의 일탈과 폭행은 고스란히 우리 군민들에게 대한 치욕과 모욕으로 돌아왔다. 우리 손으로 뽑았던 군의원들을 그만두게 하는 게 우리의 부끄러움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고, 이미 두 동강 난 예천의 자존심에 상처를 덜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최한열 예천군 농민회장이 11일 오전 경북 예천군 예천읍 노하리 천보당 앞 네거리에서 열린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의원들의 전원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최한열 예천군 농민회장이 11일 오전 경북 예천군 예천읍 노하리 천보당 앞 네거리에서 열린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의원들의 전원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현부씨(61·예천군 개포면)씨는 “술판을 벌이고 여성 접대부를 찾으며 함부로 주먹을 휘두르는 의원들을 뽑은 지역민으로서 정말 죄송하다.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리고 국제적인 망신을 시키면서도 부끄러움을 못 느끼는 군의원을 뽑은 지역민으로서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예천군의원들의 참회와 결정을 기다리며 군의원들의 일탈과 폭력, 권위의식에 예천 군민으로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예천군의원 9명 전원과 의회사무과 공무원 5명은 지난달 20~29일 미국과 캐나다에 공무국외여행을 다녀왔다. 이후 박 의원이 현지에서 가이드를 폭행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또 권도식 의원이 가이드에게 여성 접대부를 찾았고, 의원들이 호텔에서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웠다는 주장까지 나와 여론이 악화됐다. <안동문화방송>은 박 의원이 가이드를 무차별 폭행하는 버스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지난 8일 공개했다. 영상에는 박 의원이 가이드를 폭행하는 동안 다른 의원들은 구경만 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후 의원 전원의 의원직 사퇴 여론이 높아졌지만 의원들은 모두 버티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