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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묘지 단장한다며 산길 파헤치고 소나무 마구 베

등록 2005-12-15 17:27수정 2005-12-15 17:27

울산 울주군 언양읍 반곡리 진현마을 뒤편 연화산 자락 등산로 300여m가 심하게 훼손된 것을 등산객 이아무개(43)씨가 가리키고 있다.
울산 울주군 언양읍 반곡리 진현마을 뒤편 연화산 자락 등산로 300여m가 심하게 훼손된 것을 등산객 이아무개(43)씨가 가리키고 있다.
[현장] 울주군 진현마을 연화산 자락 300여m 불법 훼손
지난 8일 오후 울산 울주군 언양읍 반곡리 진현마을 뒤편 연화산 자락 등산로를 따라 20여분 걸어 올라가다 보니 외길이던 등산로가 둘로 갈라져 넓다랗게 잘 닦인 아래쪽 등산로가 한 눈에 들어왔다.

애초 등산객 한 명만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좁았던 등산로가 족히 폭이 2m는 넘을 만큼 넓어 보였다. 100여m 길이로 바닥에 자갈과 흙을 섞어 깔아 웬만한 차량은 쉽게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등산로 오른쪽 산기슭은 2m 높이까지 마구 깎였으며, 넓혀진 길 양쪽엔 몇십년 된 소나무 등이 무참히 잘려져 나뒹굴고 있었다. 300여m 가량 이어진 이 임도는 어느 묘지에 이르러서야 끝이 났다. 누군가 묘지 단장에 쓸 대리석 따위를 실어나르기 위해 임의로 길을 넓혔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등산객 이아무개(43)씨는 “지난달 초 포클레인이 등산로를 먼저 닦고, 이어 포터 트럭이 대리석을 싣고 올라오는 것을 봤다”며 “개인 묘지를 단장하기 위해 관공서가 천혜의 자연림이 가득한 산에 임도 개설허가를 내줬는지 의심스러웠다”고 말했다.

묘지 주변도 어김없이 망가져, 묘지 위쪽에 수령이 적어도 50년은 됐음직한 적송 두 그루가 여지없이 잘려나간 채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반구대 암각화로 이어지는 등산로도 10여m 비스듬히 깎여 나가 등산객들이 곡예를 하듯 묘지 위를 건너야 했다.

묘지 앞엔 차량 2~3대를 댈 수 있을 정도 넓이의 공터도 조성돼 있었다. 후손들이 성묘나 벌초를 한 뒤 차량을 돌려 다시 내려갈 수 있도록 만든 것임이 분명했다. ‘학생 김해 김공지묘’라고 적힌 비석엔 후손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오래된 탓인지 식별이 잘 되지 않아 연고자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현지의 한 주민은 “진현마을은 김해 김씨가 모여사는 씨족마을”이라며 “마을에 연고를 가진 재력가가 아니면 이런 대규모 묘지 공사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규성 울주군 산림과장은 “이 마을에 살다 서울로 이사해 사업을 하는 사람이 조상묘를 단장하기 위해 등산로와 산림을 허가없이 임의로 훼손한 듯하다”며 “현장을 확인조사한 뒤 행위자를 찾아 원상복구 및 형사고발 등 제재 조처하겠다”고 말했다.


울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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