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국제설계공모 최종 당선작 조감도. 서울시 제공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 찻길과 경복궁 앞길이 광장으로 탈바꿈해 광화문광장이 지금보다 4배 가까이 넓어진다. 텅 빈 광장을 조성하기 위해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동상의 자리를 옮기는 방안도 검토된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국제설계공모 최종 당선작으로 ‘딥 서피스(Deep Surface)―과거와 미래를 깨우다’를 선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세종문화회관 앞 찻길을 광장으로 조성하는 등 광장 규모가 3.7배로 커지고, 해치마당 등 세 곳으로 나뉘어 있던 지하 공간을 하나로 통합하는 설계안이다. 당선 설계안을 보면, 경복궁 앞에는 ‘역사광장’(약 3만6000㎡)이, 역사광장 남쪽으로는 ‘시민광장’(약 2만4000㎡)이 만들어진다. 역사광장에는 조선시대 의정부와 월대, 해치상 등의 복원을 추진한다. 시민광장은 시민들이 광장 어디서든 경복궁과 그 뒤 북악산을 막힘없이 볼 수 있게 하고, 다양한 대형 행사를 열 수 있도록 구조물을 정리해 비워놓는다.
이를 위해 이순신 장군·세종대왕상을 각각 옛 삼군부 터(정부서울청사 앞)와 세종문화회관 옆으로 각각 이전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다만 두 동상이 그동안 광화문 광장의 상징이었기 때문에 반대 여론도 예상된다. 국제설계공모 심사위원장을 맡은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은 “이순신 장군상은 역사성이 있으니 존치하는 게 좋겠고, 세종대왕상은 위치와 크기에 대해 워낙 여러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해서 이전을 검토해 볼 만하다는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광장의 가장자리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과 달리 세종대왕 동상은 광장의 한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 시는 올해 말까지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두 동상의 이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지상 광장 바닥에는 종묘마당의 박석포장과 촛불시민혁명의 이미지를 재해석한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원형 패턴을 사용할 계획이다. 지하 광장은 콘서트, 전시회 같은 문화행사가 열릴 수 있는 문화·휴식 공간으로 꾸민다. 또한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 세종로공원 터를 활용한 클래식 콘서트홀 건립을 검토 중이다.
지상과 지하 광장은 성큰(sunken·움푹 파인) 공간으로 연결된다. 역사광장 초입부에 조성되는 성큰 공간은 지하 광장에서 지하철까지 이어진다. 광화문 지하광장에서 시작하는 약 4㎞의 지하 보행길은 시청∼을지로~동대문까지 끊이지 않고 연결될 계획이다.
광화문광장 국제설계공모 최종 당선작 투시도 서울시 제공
광화문 광장이 확장되면서 현재 왕복 10차로인 세종대로는 왕복 6차로로 줄어든다. 시는 이번에 새 광장을 조성하면서 세종대로 일대를 차량 중심에서 보행과 대중교통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태도다. 다만, 교통체증과 시민 불편이 우려되는 만큼 시는 교통체계 개선 및 우회도로 확보 등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원목 서울시교통기획관은 “차선 흐름이나 정류장 문제는 여러 경우의 수를 대비해 보완하고, 전체 도심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구체적 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광화문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가 정차할 수 있는 ‘광화문 복합역사’ 신설을 국토교통부 등 담당 부처에 요청할 방침이다. 시는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에 필요한 예산 10억원을 확보해둔 상태다.
광화문광장 국제설계공모 최종 당선작 배치도 서울시 제공
광화문광장 재구성 사업에는 총 1040억원이 투입되며, 서울시가 669억원, 문화재청이 371억원을 분담한다. 서울시는 당선자와 설계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협의한 뒤 2월 중 설계 계약을 체결해 연내 설계를 마무리하고 내년 초 공사에 들어가 2021년 준공할 계획이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