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 8일 제주도청 현관에서 청사로 들어가려다 제2공항 반대 단체와 부딪치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시련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민주당의 거센 공세를 견뎌내고 재선에 성공한 뒤 야권의 대선 후보군으로까지 거론되던 지난해와는 180도 달라진 처지다.
경고음은 지난해 7월 취임 뒤 바로 울리기 시작했다. 비자림로 확·포장을 위해 삼나무를 벌채한 일로 전국적인 입길에 올랐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정 제주’를 선거구호로 내걸었던 그가 취임 한 달도 되지 않아 ‘반환경론자’로 낙인찍힐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결국 8월10일 안동우 정무부지사 명의로 비자림로 공사의 무기한 중단을 발표한 데 이어, 사흘 뒤에는 원 지사가 “아름다운 생태도로로 만들겠다”며 유감을 표명해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시민단체들이 폭발한 것은 영리병원 문제다. 원 지사는 선거 전 시민단체의 숙의형 공론조사 제안을 수용하면서 “제주도민의 민주주의 역량을 진전시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4일 공론조사위원회가 개설 불허 58.9%, 개설 38.9%로 ‘개설 불허’를 권고할 때도 원 지사는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12월5일 원 지사는 돌연 “모든 정치적 책임을 내가 지겠다”며 개설 허가를 전격 발표했다. 시민단체들은 뒤통수를 맞은 듯 격앙했고, 취임 6개월도 되지 않은 원 지사를 상대로 퇴진 운동이 시작됐다.
제주도청 현관 앞에는 제2공항을 반대하는 단체들의 연좌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제2공항 문제 역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2월 말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용역 재조사를 위한 검토위원회 활동을 일방적으로 끝내고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하자, 제주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도청 앞에는 제2공항 건설 철회를 요구하는 천막이 10여개나 설치했다.
선거법 위반 관련 재판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지난 21일 원 지사는 지난해 5월23일 서귀포시의 한 웨딩홀 모임에서 음향장비를 이용해 지지를 호소한 혐의 등으로 벌금 150만원을 구형받았다. 선고 공판은 다음달 14일 열린다. 원 지사가 국면 전환의 기회를 잡을지 주목된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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