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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테라스…부산형 공유주택, ‘SKY 캐슬’ 안 부럽네

등록 2019-01-25 05:00수정 2019-01-25 07:39

정원·테라스 딸린 역세권 고급 주택도
취업 힘든 청년에게 셰어하우스로 제공
빈집 임대해 수리한 뒤 청년층에 재임대
집주인·세입자 상생 공유경제 모델로
지난해 3월 부산형 공유주택에 입주한 청년들이 함께 모여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부산시 제공
지난해 3월 부산형 공유주택에 입주한 청년들이 함께 모여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부산시 제공
지난해 11월말 부산 수영구 남천동의 단독주택을 방문한 부산시 공유주택 담당자들은 입이 떡 벌어졌다. 그동안 숱하게 보러다닌 공유주택 신청 가옥들과는 외관부터 남달랐기 때문이다. 붉은 벽돌담장을 떠받치는 축대는 자연석으로 마감돼 있고, 대문과 담장 주변에는 사설 보안업체의 감시카메라까지 달려 있었다.

담장 안도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 잔디가 깔린 널찍한 정원 한 쪽엔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목재 데크가 설치돼 있고, 여기저기 흩어진 정원수들 역시 오랜 기간 공들여 가꾼 흔적이 역력했다. 주방과 거실, 1·2층에 분산 배치된 5개의 방은 별도의 수리가 필요 없을 만큼 상태가 양호했다.

이 집은 남편의 건강 문제로 귀촌을 결심한 정태숙(61)씨 소유다. 부산도시철도 2호선 금련산역이 지척인 데다, 주변 1㎞ 안에 광안리해수욕장과 경성대, 부경대가 있어 주거 수요도 많다. 이미 정씨 집 주변의 단독 주택들이 임대업자에게 팔려나가 3~4층짜리 다세대 주택으로 바뀌었다. 정씨에게도 원룸 업자가 찾아와 집요하게 매각을 권했다. 하지만 정씨에게는 20년 넘게 살면서 가족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집이었다. 이때 정씨 눈에 띈 것이 부산시의 청년 공유주택 사업이었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 부산형 공유주택은 보안장치가 설치된 고급주택이다. 김광수 기자
부산 수영구 남천동 부산형 공유주택은 보안장치가 설치된 고급주택이다. 김광수 기자
옆집에서 내려다본 부산 수영구 남천동 부산형 공유주택. 김광수 기자
옆집에서 내려다본 부산 수영구 남천동 부산형 공유주택. 김광수 기자
정씨는 부산시가 위탁한 사회적기업과 보증금 1000만원에 월 150만원을 지급받는 조건으로 4년 임대계약을 했다. 집은 사회적기업이 관리하고 젊은 여성들이 거주하는 셰어하우스로 제공된다. 정씨는 23일 “취업이 힘든 청년들이 내 집을 보금자리 삼아 꿈을 키워갈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고 했다.

지난 18일 부산시 산하 부산경제진흥원은 정씨 집에 월 18만~22만원을 내고 거주할 만 18~34살 여성 7~8명을 모집하는 공고를 냈다. 24일 현재 부산경제진흥원 누리집에 올라온 공고문은 조회수가 800을 넘어설 만큼 반응이 뜨겁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 부산형 공유주택은 천연잔디가 딸린 정원이 있다. 2층엔 테라스가 있다. 김광수 기자
부산 수영구 남천동 부산형 공유주택은 천연잔디가 딸린 정원이 있다. 2층엔 테라스가 있다. 김광수 기자
부산시 공유경제팀의 김은수 주무관은 “주변 신축 원룸의 월세가 40만~50만원 하는데, 원룸보다 공간이 넓고 편의시설이 좋은데다 접근성·편리성까지 뛰어나다. 부산 시민들의 공유 정신이 더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형 공유주택은 오래된 빈집을 빌려 개·보수한 뒤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다시 빌려주는 방식이다. 장기간 세입자를 구할 수 없어 전전긍긍하던 집주인의 고민도 해결해주고, 청년들은 방값을 절반 이상 줄이면서 쾌적한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다. 부산시는 공유주택으로 선정된 집에 수리비를 지원한다. 수리비는 지에스(GS)건설과 부산시가 절반씩 부담한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 부산형 공유주택의 1층 거실. 고급 탁자와 소파가 있다. 김광수 기자
부산 수영구 남천동 부산형 공유주택의 1층 거실. 고급 탁자와 소파가 있다. 김광수 기자
부산 수영구 남천동 부산형 공유주택의  주방엔 냉장고 등이 완벽히 갖춰져 있다. 김광수 기자
부산 수영구 남천동 부산형 공유주택의 주방엔 냉장고 등이 완벽히 갖춰져 있다. 김광수 기자
이런 방법으로 부산시는 지난해 3월 금정구의 빈집 3채를 빌려 수리한 뒤 청년 세입자 10명에게 주변 원룸의 반값에 제공했다. 1년마다 재계약하고 2년 동안 입주가 가능하다. 지난해 3월 셰어하우스에 입주한 부산대생 김아무개(22)씨는 “고학년은 대학 기숙사 입주가 쉽지 않아서 원룸에서 지내야 하는데 또래와 함께 생활해 덜 외롭고 경제적 부담도 적다. 1년을 더 연장해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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