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경북 예천군의원이 해외연수중이던 지난달 23일 캐나다 토론토의 버스 안에서 현지 가이드를 폭행하고 있다. 안동문화방송 뉴스 보도 영상 갈무리
박종철(54) 예천군 의원한테 폭행당한 미국 국적의 한국인 가이드가 박 의원 등을 상대로 50억원이 넘는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내기로 했다.
이 가이드의 변호를 맡은 ‘로 와인스틴&손’ 법률회사는 지난 23일(미국 현지시간) 워싱턴 디시(DC) 인근 버지니아주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의원과 동료 의원 등을 상대로 500만 달러(56억4천만원)가 넘는 소송을 진행한다고 밝힌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이 법률회사는 손해배상 청구 금액을 애초 200만달러라고 공개했다가 다시 500만 달러로 높였다. 법률회사 쪽은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박 의원이 가이드를 우발적으로 한 차례 때린 게 아니라 2∼3차례 때렸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이런 상황을 보고만 있었다. 공범으로 볼수 있다”고 밝혔다. 법률회사 쪽은 이어 “형사와 민사 소송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며, 피해자가 받은 비경제적, 또는 경제적인 손실을 따져 손해배상 금액을 500만 달러 이상으로 정했다”고 덧붙였다.
이 소송은 재판 관할권 문제가 복잡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폭행이 발생한 곳은 캐나다, 폭행을 당한 가이드는 미국 국적의 한국계 미국인, 가해자는 한국 국민이다. 미국 법원에서 형법상 유죄 판결이 나면 박 의원에게는 국제적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민법상으로는 박 의원과 동료 의원 등에 대해 재산압류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예천군 의회는 “아직 미국 법률회사에서 문건을 보내거나 연락해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동료 의원 8명과 함께 미국 동부와 캐나다에서 연수를 하던 중 2018년 12월 23일 캐나다 토론토의 버스 안에서 가이드의 얼굴과 머리를 때려 상처를 입혔다. 박 의원은 “실랑이 끝에 얼굴이 상처가 났다”고 말했지만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폭행 사실이 드러났다. 예천군 주민들은 “예천군 의원 전원 사퇴”를 촉구하고 있고,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이다. 경찰은 박 의원을 상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한 뒤 17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구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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