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도민설명회 주민 봉쇄로 무산

주민들 “사업 강행 명분쌓기” 거세게 반발
국토부 “충분히 논의…추진 계획 변함 없어”

국토부 주최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및 기본계획 도민설명회가 지역주민들 14일 오후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농협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지역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무산됐다.

국토교통부가 14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열려던 제2공항 도민설명회가 주민 반발로 무산됐다.

국토부는 이날 오후 2시30분 성산읍 성산일출봉농협 2층 대회의실에서 권용복 항공정책실장 등 국토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및 기본계획 도민설명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반대 단체와 주민들이 행사장 출입구를 봉쇄해 개최가 무산됐다. 주민들은 농협 앞 주차장에 세워둔 트랙터에 ‘제주에 2개의 공항은 필요 없습니다’라고 쓰인 대형 펼침막을 걸고 행사장으로 통하는 계단을 막아섰다.

반대 단체와 주민들은 권 실장 등 국토부 관계자들에게 “주민설명회를 하려면 정당한 절차를 밟고 미리 공지를 해야 한다. 하루 전 공지하고 오늘 설명회를 여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성산읍 반대대책위 강원보 집행위원장은 “그동안 국토부 쪽에 줄기차게 대화를 요구했지만 통화조차 되지 않았다. 기습적으로 일정을 발표하고 설명회를 열겠다는 것은 사업을 강행하기 위한 명분쌓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항의했다.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 등이 14일 오후 국토부의 제주 제2공항 도민설명회가 무산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 실장이 나서 “앞으로 소통을 잘 하겠다. 설명회를 열어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알리려고 한다”고 했지만 반대 단체와 주민들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충돌은 주민들 사이에서도 벌어졌다. 반대단체 회원과 주민들로 인해 설명회 진행이 어려워지자, 미리 행사장에 들어와 있던 제2공항 찬성 주민들이 “무슨 권한으로 설명회를 취소시키느냐”며 고성을 지르고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앞서 국토부는 이날 오전 제주도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평가 과정에 중대 오류가 있다”는 지난 13일 대책위의 주장에 대해 “평가 과정과 결과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제2공항은 당초 계획대로 중단없이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