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기 위해 적정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이석우 카카오 전 대표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6단독 오택원 판사는 19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표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카카오그룹이 법령을 위반한 점이 인정되지만, 피고인은 공동대표 중 1명으로 이 사건 관련 의사결정에 관여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법인인 카카오는 법령을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오 판사는 "유해 게시물을 걸러내기 위한 금칙어 기술은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적용하기 어려웠다거나 적용 시 서비스의 효율적 사용이 어렵지 않았다. 금칙어를 적용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더라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카카오가 관련 법 조항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시값을 설정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카카오가 자체적 확보가 어려웠고 현재도 어려운 점을 들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무죄 선고 뒤 이 전 대표는 "우선 사건 피해자와 가족에 죄송하다. 무죄 판결과 함께 동료, 후배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이 제시돼 다행으로 본다. 카카오가 더 잘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쪽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아동음란물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서비스 제공자가 노력해야 한다는 수사 이유에는 공감하지만, 시행령 규정이 불명확하다면 행정지도 정도가 적당하지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처벌은 무리"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2014년 6월14일~8월12일 카카오의 정보통신망서비스 ‘카카오그룹’을 통해 유포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과 관련해, 사전에 전송을 막거나 삭제할 수 있는 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음란물 온라인서비스 제공)로 이 전 대표를 2015년 11월 불구속 기소하고, 지난해 12월7일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 공판 과정에서 재판부는 이 전 대표의 처벌근거가 된 법률 조항이 통신의 비밀을 침해하고, 표현의 자유와 영업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며 위헌심판을 제청했으나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6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한편, 아동·청소년 성 보호법 제17조를 보면, 온라인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이 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이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에게 음란물 유포 방지 책임을 지우고 있지만, 법인의 대표까지 처벌할 수 있는 양벌규정은 없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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