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균형발전특별법 등에 따라 지방으로 이전해야 하는 공공기관과 정부출자·투자회사의 숫자가 500개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것은 2017년과 2018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전 대상 공공기관을 122개 기관이라고 밝힌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시행하려면 늦어도 올해 안까지는 정책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19일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과 동남권 혁신성장동력 심포지엄’에서 이민원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광주대 교수, 전국혁신도시포럼 대표)은 “현재 지방으로 이전해야 하는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은 210곳, 정부투자·출자회사가 279곳, 추가로 이전한 부처들의 산하 공공기관은 40~50곳으로 모두 500곳이 넘는다”고 밝혔다. 앞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9월 법률상 이전 대상인 공공기관 122곳의 추가 지방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뒤에도 정부와 청와대는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2018년 기준으로 전체 공공기관 508곳 가운데 수도권 잔류가 결정된 46곳과 이미 지방에 있거나 이전한 기관 252곳을 빼면 현재 지방으로 이전해야 하는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은 210곳”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지난해 이해찬 대표가 발표한 122곳보다 88곳이 더 많다. 그 이유에 대해 이 전 위원장은 “이해찬 대표가 집계한 공공기관엔 정부유관단체가 빠졌는데, 유관단체도 모두 이전 대상”이라고 말했다.
또 이 전 위원장은 공공기관에서 투자 또는 출자한 회사 279곳도 모두 이전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의 자회사는 38곳, 출자회사는 222곳, 재출자회사는 19곳이다. 이밖에 올해 세종시로 이전하는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근혜 정부 시절 추가 이전한 인사혁신처 등의 산하 공공기관과 투자·출자회사 40~50곳 역시 재심사를 통해 이전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이 전 위원장은 밝혔다.
결국 전체 지방 이전 대상 공공기관은 500곳 이상이며, 전체 인원도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한 1차 이전 때는 153개 공공기관의 5만1000여명이 세종시와 10개 혁신도시로 옮겨갔다. 이 전 위원장은 “1차 공공기관 이전의 규모가 충분치 않아 아직 혁신도시들이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2차 공공기관 이전과 함께 관련 사기업의 이전까지 지원해야 균형발전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 18조에 따라 수도권에 잔류하도록 결정된 기관 외의 모든 공공기관은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 그러나 이 조항은 강행 규정이 없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엔 단 한곳의 공공기관도 추가 이전하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1차 공공기관 이전 사례에 비춰보면 당장 이전 결정을 하더라도 실제 이전엔 최소 5년이 필요하다. 문 정부가 지금 시작해도 다음 정부에서나 실제 이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2차 이전과 관련해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공공기관 이전 정책이 지방에선 큰 환영을 받지만, 수도권에선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가 그 점을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임기와 내년 총선 등을 고려할 때 아무리 늦어도 올해 하반기까지는 2차 공공기관 이전 여부와 규모 등을 결정해야 한다. 내년 총선 이후엔 이런 중대한 정책을 결정하거나 추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국토교통부, 국토연구원 등 관련 기관들은 2차 공공기관 이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준비 중이라고 관계자들은 밝혔다.
김영동 김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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