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2집무실이 들어갈 가능성이 큰 정부세종청사 국제설계공모 당선안.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제공
청와대가 세종시에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를 검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기로 함에 따라 제2집무실의 규모나 위치, 위상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 한정우 부대변인은 지난 19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설명에서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와 관련해 “세종시가 행정중심도시 본연의 역할을 한층 강화하도록 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한다. 그 방안 중에 (대통령) 집무 공간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월 청와대가 광화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포기하자, 세종시에 제2집무실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그동안 균형 발전과 행정부의 업무 효율을 위해 제2청와대나 대통령 2집무실을 세종시에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왔다. 대통령 세종 집무실 설치를 요구해온 이춘희 세종시장은 2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2차례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한 사안이다. 문 대통령은 시민들이나 행정부 공무원들 가까이서 함께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도 지난달 22일 국무회의에서 “지금 장차관들이 세종시에서 월평균 4일 정도밖에 근무하지 않았다. 장관들이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노력을 조금 더 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새 세종청사는 기존 정부청사의 한가운데 위치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제공
그러나 아직까지 제2집무실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제2집무실은) 단순한 상징성뿐 아니라 실효성도 면밀히 검토해서 결정할 사안이다. 태스크포스의 구체적 검토 과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입지와 관련해선 지난해 발표된 정부세종청사 새 청사에 들어가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많다. 새 청사는 ㄷ자 모양의 기존 청사 한가운데에 위치해 정부청사로 둘러싸여 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이번에 세종청사 안에 새 세종청사를 짓는데, 그곳에 제2집무실을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 비서실 공간도 그에 걸맞게 작게 만들면 된다. 현재 진행 중인 설계에 반영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대통령이 세종시에 가면 머물 곳이 없었다. 대통령이 머물면서 회의를 하고 다른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제2집무실 수준이라면 설계 중인 새 청사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데, 경호나 보안, 의전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 세종청사로 대통령 제2집무실이 들어가면 행정부처들과의 접근성, 연결성은 아주 좋아진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제2집무실을 세종청사 어느 곳에 설치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은 다양하다. 이경훈 국민대 교수(건축가)는 새로 짓는 청사에 제2집무실이 설치되는 게 좋을 것 같다. 행정 부처들과 가까워 업무 효율성도 좋고, 경호나 보안 차원에서도 정부 건물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 세종청사 설계공모 심사위원장이었던 김인철 건축가는 “세종청사 한가운데에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온다면 여전히 제왕적 권력을 상징하게 된다. 기존 청사 가운데 총리실 같은 곳에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은 “세종시로 대통령 제2집무실이 들어온다면 처음부터 새로 검토해야 한다. 청사 안과 청사 밖, 또 청사 밖에서도 기존에 검토된 지역과 새로운 지역을 모두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2집무실이 회의나 업무를 위해 잠시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청와대 이전까지 고려하는 수준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김부겸 장관은 “현재 청와대 수준의 공간을 마련하려면 다른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 그 수준은 청와대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숙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도 “새 세종청사에 들어간다면 입지 문제가 없겠지만, 제2청와대 수준으로 하려면 다시 입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춘희 시장은 “애초 노무현 대통령이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추진했을 때는 현재 세종시 국무총리 공관 일대에 청와대를 마련하는 것으로 검토했다”고 전했다.
이재관 행안부 정부청사관리본부장은 “대통령 집무실은 무엇보다 경호와 보안이 가장 중요하다”며 “제2집무실이 세종시로 온다면 새 청사로 갈지, 기존 청사를 활용할지, 세종청사 외에 다른 입지를 찾을지 등 모든 가능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윤태 김규원 기자
cha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