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한강 수상시설물의 안전과 비용 등 문제로 신곡수중보의 전면 개방이나 철거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2018년 10월 신곡보의 전면 개방 실험을 결정한 지 4개월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환경연합과 정의당은 최근 금강·영산강의 3개 보를 해체하기로 결정한 중앙정부의 결정과 견줄 때 소극적인 태도라고 비판했다.
26일 서울시 신곡수중보 정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연구용역 업체를 통해 분석해보니 신곡보의 가동보 5개를 전면 개방할 경우 한강 수상시설물 중 일부가 강바닥에 닿게 되고, 이를 보완하는 비용도 300억~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지난 22일 정책위 회의에서 당분간 보의 전면 개방이나 철거는 어렵다는 의견을 모아 서울시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강에는 반포 세빛섬과 수상택시 승강장, 이랜드크루즈, 여의도 119수난구조대 등 다양한 수상시설물이 설치돼 있다.
서울시가 용역업체를 통해 지난해 11월말부터 2개월간 한강 수상시설물 58곳에 대해 검토해보니 신곡보를 전면 개방하거나 철거하면 이들 시설물의 안전에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물과 강바닥의 거리가 1m 이하가 되는 곳이 신곡보를 개방하는 경우엔 48곳(82.8%), 신곡보를 철거하는 경우엔 49곳(84.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은 전면 개방하는 경우 309억6400만원, 보를 철거하는 경우 429억900만원의 공사비가 들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시는 신곡보 가동보의 수문 5개 가운데 3개를 부분 개방하고 있다.
서울시가 한강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여겨진 신곡보의 전면 개방 실험을 중단한 것은 지난 22일 4대강 보 철거를 결정한 중앙정부의 태도와 대조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장은 “문재인 정부는 집권 2년 만에 금강과 영산강에 있는 보 5곳 가운데 3곳을 철거하고 2곳을 상시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은 집권 8년이 지나도록 신곡보를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조차 못하고 있다. ‘우유부단 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신곡보 가동보에 녹조가 낀 모습. 서울환경운동연합
이날 정의당 서울시당도 논평을 내어 “박원순 시장 10년 임기 중 한강의 모습은 이명박, 오세훈 시절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박근혜 정부 시절 한강 개발을 두고 마찰을 빚는 가운데에서는 핑계라도 댔겠지만, 4대강 보 철거가 진행 중인 2019년 문재인 정부에서는 무슨 이유를 내세울 것인가? 박원순 시장이 과연 한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정책 의지는 있는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 때 시민사회의 신곡보 철거 요구가 커지자 전문가 15명으로 신곡보 정책위를 꾸린 뒤 보 전면 개방과 철거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정책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신곡보를 전면 개방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핀 뒤 올해 3월까지 철거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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