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라산의 상징 노루 마릿수가 최근 10년 사이 70%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루 개체 수의 감소는 2013년 7월부터 노루를 ‘한시적 유해동물’로 지정한 결과다.
한때 너무 많이 번성해 ‘유해동물’로 지정됐던 제주 노루의 개체수가 10년 새 7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부터 시행한 포획 허용 조처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26일 펴낸 <제주 노루 행동·생태·관리> 보고서를 보면, 제주도 전역에 서식하는 노루는 2009년 1만2800여 마리로 추산됐으나, 유해동물로 지정된 2013년 이후 개체 수가 크게 줄어 2015년 8천여 마리, 2016년 6200여 마리, 2017년 5700여 마리로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에는 3800여 마리까지 줄었다. 10년 새 9천여 마리 이상이 감소한 것이다. 이런 상태라면 밀렵 등으로 개체수가 크게 줄어 노루보호운동을 벌였던 2000년대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식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은 한라산을 중심으로 제주시와 서귀포시 동부지역으로 서부지역에 견줘 3배 이상 많은 노루가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 한라산의 상징 노루 마릿수가 최근 10년 사이 7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루 개체 수의 감소는 2013년 7월부터 노루를 ‘한시적 유해동물’로 지정한 결과다.
한라산 국립공원 지역의 노루는 2004~2008년에는 1㏊에 1200여 마리로 서식밀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됐으나, 2015년 조사에서는 580여 마리로 크게 줄었다. 2008년의 50%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400여 마리로 더 줄었다. 세계유산본부는 “제주 조릿대가 한라산 국립공원 전역을 덮게 되면서 노루의 서식 환경이 나빠졌다. 노루는 조릿대를 먹이로 활용하지 않는데, 조릿대가 밀생한 지역에서는 하층 식생이 발달하지 못해 노루의 먹이활동이 어려워진다”고 분석했다. 세계유산본부는 노루의 적정 마릿수로 6110마리(국립공원 777마리, 국립공원 외 5344마리)로 추산했다.
도는 노루에 의한 농경지 피해 민원이 잇따르자 2013년 7월 ‘야생동물 보호관리 조례’를 개정해 3년 동안 노루를 ‘한시적 유해동물’로 지정했다. 이후 2016년 7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유해동물 지정을 연장해 허가를 받아 포획할 수 있도록 했다. 2013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포획된 노루는 7032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