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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337명의 노숙인들, 인문학 공부에 도전한 이유는?

등록 2019-02-27 17:14수정 2019-02-27 19:26

노숙인 대상 인문학 강좌여는 성프란시스대학 입학식
막다른 길에서 만난 인문학 “내게도 삶의 목표 생겨”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후암동 ‘문화공간 길’에서 노숙인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좌를 진행하는 성프란시스대학 15기 입학식이 열렸다. 이날 입학한 26명의 노숙인들이 여재훈 성프란시스대학 학장(맨 오른쪽)으로부터 입학 축하 선물을 받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후암동 ‘문화공간 길’에서 노숙인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좌를 진행하는 성프란시스대학 15기 입학식이 열렸다. 이날 입학한 26명의 노숙인들이 여재훈 성프란시스대학 학장(맨 오른쪽)으로부터 입학 축하 선물을 받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강아무개(27)씨는 5년 전 아버지를 여의고 방황하다 2년 반 동안 노숙 생활을 했다. 지난해 노숙인 지원 시설에 들어온 뒤, 삶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공장에서 일하며 주변 권유로 철학과 역사 등 인문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하면서 삶의 목표를 다시 찾을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싹튼 것이다. “가족이 없어 인생을 막 살았다. 일용직으로 몇 번 일도 했지만 고정된 일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이번 배움의 기회를 통해 다시 일어서고 싶다”고 강씨는 말했다.

노숙인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좌를 열고 있는 ‘성프란시스 대학’이 27일 15기 입학생들을 맞는 입학식을 열었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있는 노숙인 자활공간인 ‘문화공간 길’에서 열린 입학식엔 올해 입학생 27명 중 26명이 참석했다. 교수진과 자원활동가, 실무진, 14기 수료생도 함께했다. 다들 박수로 서로를 따뜻하게 맞았다.

‘성프란시스대학’ 15기 입학식. 서울시립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제공
‘성프란시스대학’ 15기 입학식. 서울시립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제공
이 자리에서 입학생들은 과거와 다른 새 인생을 시작할 의지를 다졌다. 입학생 박아무개씨(37)는 “살아오면서 좋았던 일보다 외롭고 힘들 때가 많았다. 이제라도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성프란시스 대학’은 미국에서 노숙자, 빈민 등이 자존감을 얻어 한 사회의 시민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한 인문학 과정 ‘클레멘트 코스’(희망의 인문학)를 모델로 2005년 문을 열었다. 2013년부터 보건복지부와 서울시의 노숙인 자활프로그램 사업에 선정돼 정부지원도 받고 있다. 올해까지 15년 동안 337명의 노숙인이 입학해 232명이 이 과정을 마쳤다.

올해는 44명이 지원해 총 27명이 합격했다. 그동안 지원자가 적었던 여성 노숙인도 올해 4명이 포함됐다. 정경수 서울시립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대리는 “노숙인 등 주거취약계층 가운데 인문학 공부에 대한 의지가 있고, 살아오면서 배움의 기회가 적었던 지원자를 주로 선발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한국사, 예술사, 철학, 문학, 글쓰기 총 5과목을 1년 동안 배운다. 수업은 2시간씩 일주일에 세 차례 진행된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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