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에 들어선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제주도가 조건부 개설 허가를 내줬던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원이 무산됐다.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 법정 개원 기한이 4일로 끝남에 따라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 의료법 제64조(개설허가 취소 등)에는 “개설 신고나 개설허가를 한 날로부터 3개월(90일)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아니한 때 개설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녹지국제병원은 지난해 12월5일 제주도로부터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부 개설허가를 받았고, 의료법에 따라 허가 뒤 3개월의 개원 준비 기간이 부여됐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 시작 준비를 하지 않아 개원 기한이 4일로 끝났다. 도는 5일부터 청문주재자 선정 및 처분사전통지서(청문 실시통지) 교부 등을 거쳐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 실시를 위한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안동부 정무부지사는 “녹지 쪽이 개원 법정 기한인 4일을 넘겨 의료법에 따라 청문을 할 방침이다. 녹지국제병원의 모기업인 녹지그룹은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와 헬스케어타운의 사업 파트너인 만큼 양자 간에 헬스케어타운의 향후 사업 방안을 논의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도는 청문 기한은 청문 절차에 들어가면 한 달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안동부 정무부지사는 “녹지국제병원 관계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참석하지 않더라도 법에 따라 청문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고 밝혔다.
앞서 구샤팡 녹지국제병원 대표는 지난 1월15일 안 부지사와 만난 자리에서 “녹지가 혼자 병원을 밀고 나가기에는 경험도 없고 운영할 수 있는 그것(경험)도 없다. 더는 제주도와 만날 필요도 없고 소송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한 바 있다. 녹지는 지난달 14일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제주도의 조건부 개설허가 조건이 부당하다며 제주도를 상대로 내국인 진료제한 조건을 삭제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안동우 정무부지사(왼쪽) 등 제주도 관계자들이 4일 오전 녹지국제병원의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녹지 쪽은 또 지난달 26일에도 제주도에 “행정소송과는 별개로 제주도의 개설허가를 존중해 의료기관 개원에 필요한 사항에 대한 준비계획을 다시 수립하고 있다”며 개원 기한 연장을 요청해왔으나, 다음날 담당 과인 제주도 보건건강위생과 직원들이 하려던 개원 준비상황 현장 점검 기피해 정당한 공무집행을 기피했다고 제주도 관계자는 밝혔다. 도는 녹지국제병원 쪽이 관계 공무원의 현장 점검을 거부한 행위는 현행 의료법에 따라 개설허가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처분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 관계자는 “녹지국제병원 쪽이 조건부 개설허가 처분 전에는 제주도의 대안 마련 협의에 아무런 성의 없이 조속한 결정만 요구하다가 조건부 개설허가 처분 뒤에는 병원 개원을 위한 실질적인 준비작업이 없었다. 개원 시한 만료가 임박하자 아무런 준비 내용도 없이 개원 기한을 연장해달라는 요구를 한 것은 그동안의 진행과정의 내용과 녹지 쪽의 자세에 비춰 전혀 타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도는 지난해 10월 초 영리병원 개설허가 여부를 놓고 구성된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가 영리병원 개설 불허 의견을 권고한 뒤 2개월 동안 고심하다 외교 문제 비화, 국제적 신인도 하락,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 우려 등을 고려해 조건부 개설을 허가해 보건의료단체들의 강한 반발을 사왔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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