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시장이 지난 4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산시 남북교류협력위원회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부산시가 오랜 침묵을 깨고 10여년 만에 남북교류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부산시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 북의 선수단 참가를 계기로 2003년 북과 5개 경제분야 교류 의향서를 체결하고 2007년 평양 항생제 공장 건립을 지원하는 등 북과 활발한 교류를 했으나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뒤 북과의 교류를 사실상 중단했다. 부산시는 5일 “남북 공동 번영과 한반도 평화시대 선도를 위해 10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앞서 부산시는 지난 4일 오거돈 부산시장과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김석준 부산시교육감, 경제·언론·종교계 대표와 시민단체 대표 등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남북교류협력위원회를 열어 10개 사업을 담은 ‘피스(평화) 2019’ 추진계획을 확정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한개발은행이다. 북의 주요 사회기반시설을 개발하고 국제금융결제 등을 통해 안정적인 개발자금을 북에 제공하는 목적이다. 초기 자본금은 10조원인데 우리 정부와 전국 주요 자치단체가 조성한 남북협력기금을 투자한다.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국책 금융기관과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금융기구도 참여한다. 본부는 부산 남구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에 둔다. 부산시는 이달 안에 정부와 국책은행 등이 참여하는 준비위원회를 꾸릴 계획이다.
또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초청한다. 특별정상회의는 올해 11월말~12월초 우리나라에서 10개국 정상과 기업대표 등 4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리는데 개최도시는 이달에 선정된다. 부산시는 지난달 외교부에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하겠다는 제안서를 냈다. 부산시는 개최도시로 선정되면 정부에 김 국무위원장의 초청을 건의할 계획이다.
문화·체육행사에도 북을 초청한다. 10월3~12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에 북의 영화인을 초청하고 북의 영화를 상영하며 남북영화제 개최를 추진한다. 부산시는 영화진흥위원회를 통해 북과 접촉할 예정이다.
또 7월2~7일 부산 동래구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에 국제탁구연맹을 통해 남북 단일팀이나 북의 탁구대표단 참가를 추진한다. 12월9~18일 한국에서 열리는 동아시안컵 축구대회는 북의 여자대표팀 참가가 확정됐는데 부산시는 부산축구협회를 통해 이 대회의 유치를 신청했다.
바다를 활용한 교류사업도 추진한다. 먼저 바다를 끼고 있는 남과 북의 각 7개 도시가 참여하는 한반도 항만물류도시협의체를 추진한다. 남의 부산·인천·포항·군산·여수·울산·속초, 북의 남포·원산·청진·해주·고성·흥남·나진이 북의 항만개발과 해운협력을 모색한다. 남북과 중국, 러시아 간 물류 노선 개척을 위한 북 항만시설 공동 조사, 남북 공동어로를 위한 북 해역 공동 연구, 부산항을 출발해서 원산항 등 북 항구 도시를 경유하는 환동해권 크루즈 북한 기항을 추진한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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