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의 경관.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10년 뒤 서울 시내 아파트 절반 이상이 준공 30년을 넘겨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시기를 맞이하게 되면서 서울시가 거대 규모의 폐쇄적 아파트 단지 대신 주변 경관을 고려한 아파트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시는 정비사업 시작부터 공공이 개입해 정비사업의 전 과정을 지원할 방침이다.
12일 서울시는 아파트 정비사업 개혁과 건축디자인 혁신 내용을 담은 ‘도시·건축 혁신안’을 발표했다. 시는 그동안 추진했던 ‘100년 도시계획 추진 로드맵’(2013년), ‘2030 서울플랜’(2014년), ‘서울 도시계획 헌장’(2015년), ‘2030 생활권 계획’(2018년) 등의 연장선상에서 서울을 천편일률적 아파트 공화국이 아닌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도시로 경관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다. 이번 발표안은 올 하반기부터 실행된다. 이를 위해 시는 정비사업 전 과정을 전문적으로 지원할 ‘도시건축혁신단’(가칭)을 올 하반기 중 새로 만들어 점차 공적개발기구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이번 혁신안에 따라 앞으로 서울의 아파트 중 정비사업을 하는 경우 정비계획 수립 전부터 사업시행인가까지 전 과정을 공공이 책임 있게 관리·조정·지원하는 ‘뉴 프로세스’를 도입한다. 정비사업 초기에 ‘사전 공공기획’ 단계를 신설해 공공이 민간과 함께 전문적인 지원을 하게 된다. 시는 도시의 경관과 어울리는 입체적 건축 디자인을 유도하기 위해 아파트 단지별로 전문적인 정비계획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예정이다.
가이드라인은 용적률 등 일반적 계획요소뿐만 아니라, 경관과 지형, 거주자의 가구 형태, 보행 활성화 방안 등을 담아 아파트 단지별로 맞춤형 정비계획을 만들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구릉지에 있는 아파트 단지는 건축물 높이에 차이를 둬 구릉지 지형에 어울리도록 짓는 식이다.
시는 이런 과정을 도입하면 정비계획의 예측 가능성이 커지고 정비 기간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용택 서울시 도시계획과장은 “그동안 정비계획안 수립의 마지막 절차인 심의단계에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계획안의 집중 조정하다 보니 다양한 도시적 맥락이 고려된 정비계획을 유도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또 이 과정에서 정비계획 결정이 지연됐다”고 지적했다. 공공이 초기부터 정비사업을 지원하면 도시계획위원회 개최 횟수를 기존 3회에서 1회로 줄일 수 있고, 소요 기간도 기존 20개월에서 10개월로 절반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 설명이다.
아파트의 폐쇄성을 극복하기 위해 ‘서울시 아파트 조성기준’도 마련하기로 했다. 앞으로 모든 아파트 정비사업은 하나의 단지를 거대 블록이 아닌 여러 개 중소블록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조성된다. 블록 사이사이엔 보행로를 내기로 했다. 보행로 주변에 위치한 아파트의 낮은 층에는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이 들어선다. 역세권 등 대중교통 중심지 주변에 있는 아파트는 상업공간, 업무공간, 주거공간이 어우러진 복합개발을 유도하기로 했다. 시는 성냥갑 같은 획일적인 아파트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창의적인 아파트 디자인을 유도하기 위해 공공과 주민이 함께 설계지침을 만드는 ‘현상설계’ 방식도 적용할 예정이다.
서울시 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아파트는 서울 주택유형의 58%를 차지한다. 하지만 2030년까지 서울 시내아파트 56%는 준공 30년을 넘기게 된다.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앞으로 10년 사이 상당수의 아파트가 정비시기가 돌아온다. 서울시는 이 시기를 활용해 미래의 서울 경관을 개선하는 ‘도시계획 혁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