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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보이스피싱 조직원 유인해서 붙잡은 해군 중사

등록 2019-03-12 16:54수정 2019-03-12 16:57

해군 진해기지사령부 항만방어전대 소속 김동욱 중사
‘대출상담사’ 전화에 속는 척하며 경찰과 공조해 검거
9100만원 되찾아 주인 돌려준 공로로 경찰 표창 받아
“마침 은행 대출을 받으려고 알아보던 참인데 잘됐네요. 지금은 금요일 저녁이라 은행 업무를 볼 수 없으니, 월요일에 다시 전화해 주시겠습니까?”

해군 진해기지사령부 항만방어전대 소속 김동욱(36·사진) 중사는 설 연휴 직후 금요일이었던 지난달 8일 저녁 ‘금융업체 대출상담사’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대출상담사는 김 중사에게 대출을 권유하며 “통장 입출금 실적을 높이면 소득으로 인정돼 대출 한도를 높일 수 있다. 고객님 통장으로 우리가 돈을 입금해서 거래실적을 올려줄 테니, 그 돈을 찾아서 돌려달라”고 했다.

김 중사는 금융거래 사기의 한 종류인 보이스피싱 조직의 전화라는 것을 알아챘다. 하지만 전화를 끊지 않았다. 보이스피싱 조직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속는 척하며 ‘대출상담사’에게 이것저것 상담을 했다. 그리곤 월요일에 다시 전화를 해달라고 했다.

월요일인 11일 ‘대출상담사’라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김 중사는 ‘대출상담사’의 요구대로 계좌번호 등 개인정보를 제공했다.

김 중사는 다음날 오전 경남 진해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을 찾아가 신고했다. 경찰은 김 중사를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유인해 붙잡기로 결정했다. 이날 낮 12시51분께 대출상담사는 김 중사 계좌에 9100만원을 입금한 뒤, 김 중사에게 “1000만원권 수표로 돈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김 중사는 지시대로 했다. 오후 1시30분께 대출상담사는 김 중사에게 다시 연락해 “은행 2곳을 찾아가 수표를 모두 5만원권 현금으로 바꾸라”고 지시했다. 김 중사는 또다시 지시대로 했다. 대출상담사는 오후 2시10분께 김 중사에게 다시 연락해 “10분 뒤 돈을 가지고 창원시 진해구 ㅁ식당 앞으로 오라”고 했다. ㅁ식당 주변에 잠복하고 있던 경찰은 오후 2시20분께 돈을 받으러 온 ‘대출상담사’를 현장에서 검거했다.

경찰 조사 결과, 보이스피싱 조직이 김 중사를 이용해 챙기려던 돈은 다른 지역에 사는 여성(48)이 받은 남편의 사망보험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이 여성에게 전화를 걸어 “계좌가 범죄에 이용돼 수사 중이다. 계좌에 있는 돈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한다”며 김 중사의 계좌번호를 알려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되찾은 돈을 모두 피해여성에게 돌려줬다. 경남 진해경찰서는 12일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검거한 공로를 인정해 김 중사에게 포상금과 함께 표창을 수여했다. 김 중사는 전사·순직한 해군 장병의 유자녀들을 위해 운영되는 ‘바다사랑 해군 장학재단’에 포상금 전액을 기부했다.

김동욱 중사는 “부대에서 받은 사고예방 교육을 통해 보이스피싱 피해의 고통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내 개인정보가 노출되더라도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군인으로서 앞으로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에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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