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변의 아파트 모습.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민간 주도로 이뤄지던 아파트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초기부터 서울시가 개입할 수 있게 관련 절차를 손 본 것은 ‘성냥갑 아파트’로 상징되는 천편일률적 경관을 바꾸기 위해서다. 시는 서울의 경관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금이 적기라고 보고 있다.
통계청의 주택총조사(2017년)를 보면 서울의 전체 주택 가운데 아파트는 58.1%를 차지한다. 단독주택이 11.6%, 다세대가 25.3%, 연립주택이 4.0%, 기타 1%였다. ‘아파트 공화국’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2030년에 이르면 이들 서울 시내 아파트의 56%가 준공 30년을 넘기게 된다. 절반이 넘는 아파트의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시기가 오게되는 것이다.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앞으로 10년 사이 상당수의 아파트가 정비 시기가 돌아온다. 서울시는 이 시기를 활용해 미래의 서울 경관을 개선하는 ‘도시계획 혁명’을 이루려고 한다”고 밝혔다.
시는 이번 절차 개선으로 정비계획의 예측 가능성이 커지고 정비 기간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양용택 서울시 도시계획과장은 “그동안 정비계획안 수립의 마지막 절차인 심의 단계에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계획안을 집중 조정하다 보니 다양한 도시적 맥락이 고려된 정비계획을 유도하기엔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만약 시가 초기부터 정비사업을 지원하면 도시계획위원회 개최 회수를 3회에서 1회로 줄일 수 있고, 소요 기간도 기존 20개월에서 10개월로 절반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사업계획이 바뀌는 혼란도 줄일 수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이번 방안이 실현되면 서울은 단조로운 대단지 아파트 대신 지형의 특성을 살리고 조형미가 살아 있는 특색있는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사업인가신청 단계에 있는 한남재정비촉진지구 한남3구역은 사업계획 초기부터 공공과 민간이 함께 설계안을 마련했는데 구릉지임에도 깎지 않고 지형을 그대로 살리는 방식으로 아파트 높이도 다양화했다. 조합원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혁신안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행정학)는 “그동안 사업 주체가 조합이 되다 보니 정비사업이 부동산 보유자 중심으로 진행돼 지역 재생엔 한계가 있었다”며 “진정한 의미에서 도시재생을 하려면 사업계획 단계부터 주민이 참여하고 사업 내용도 수지만 맞출 게 아니라 지역성과 지속가능성 등의 가치들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사업성을 추구하는 조합원과 시행사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하느냐가 관건이다. 김영욱 세종대 교수(건축학)는 “민간에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하나의 사업구역으로 보고 조합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원할 텐데 작은 블록단지를 만들고 보행길을 내면 사업성이 떨어지게 돼 조합원은 반발할 수 있다”며 “용적률 혜택을 유지하는 등 사업성을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이번 혁신안이 안착하도록 정교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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