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에 <순이삼촌>을 쓴 소설가 현기영(78)씨가 선정됐다. 특별상에는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학살로 피해를 당한 베트남 하미마을 응우옌 티탄(62)과 퐁니-퐁넛마을 응우옌 티탄(59) 등 2명(동명이인)이 공동수상하게 됐다.
제주4·3평화상위원회(위원장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는 18일 제3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로 이들을 최종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현씨는 4·3이 금기시됐던 1978년 북촌리 학살 사건을 다룬 소설 <순이삼촌>을 발표했다가 1979년 군 정보기관에 연행돼 고문을 받았다. 현씨는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앞장선 제주4·3연구소 초대 소장과 서울에서 활동한 제주사회문제협의회 회장 등을 맡아 평생 4·3 진상규명운동에 헌신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응우옌 티탄(하미마을)은 1968년 1월24일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해 135명이 희생된 꽝남성 디엔반시 하미마을의 생존자로 어머니와 남동생 등 일가족 5명을 잃었고, 또 다른 응우옌 티탄(퐁니-퐁넛마을)은 같은 해 2월12일 74명이 희생된 꽝남성 디엔반시 퐁니-퐁넛마을 생존자로 일가족 5명을 잃었다. 이들은 모두 당시 총상을 입었으며, 지난해 4월에는 제주도를 방문해 4·3 여성 생존자들과 함께 증언의 자리에 서는 등 베트남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내왔다.
왼쪽부터 응우옌 티탄(퐁니퐁넛마을)·응우옌 티탄(하미마을)
평화상위원회는 “베트남 두 여성의 특별상 수상의 의미는 전쟁의 가장 큰 약자이자 피해자였던 여성들이 용감하게 진실의 법정에 섰다는 것이다. 이후 피해자에서 평화운동가로의 변신은 과거 잘못된 역사에 대해 바로 잡아야 한다는 4·3운동이 지향하는 역사 인식과 상통한다”며 특별상 선정 이유를 밝혔다. 평화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미화 5만 달러, 특별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미화 1만 달러를 준다.
제주4·3평화재단은 다음 달 1일 오후 6시 제주시 제주칼호텔에서 평화상 시상식을 연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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