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33)씨의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피의자 김아무개(34)씨는 주검을 냉장고와 장롱에 각각 유기하고, 이 가운데 이씨의 아버지(62) 주검은 이삿짐센터를 통해 경기도 안양시에서 평택시로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들은 집 안에 있던 5억원을 갖고 달아났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강력계는 18일 사건 브리핑을 통해 “검거된 피의자 김씨는 공범 3명과 함께 지난달 25∼26일께 안양시 이씨의 부모 자택에서 이들 두 사람을 살해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범행 뒤 이씨의 아버지는 냉장고에, 어머니(58)는 장롱에 각각 유기했다. 이들 4명은 지난달 25∼26일 사이 차례로 범행 장소를 떠났으며, 이튿날인 27일 오전 이삿짐센터를 불러 이씨의 아버지 주검이 든 냉장고를 발코니를 통해 밖으로 빼낸 뒤 평택의 창고로 이동시켰다.
경찰은 지난 16일 오후 이씨 동생(31)으로부터 “부모님과 전화가 오랫동안 안 된다”는 신고를 받고 주검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폐회로텔레비전(CCTV) 녹화영상을 추적해 용의차량을 확인하고, 김씨를 검거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숨진 이씨의 아버지와 2천만원의 채무 관계가 있었다”고 범행동기를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관계자는 “이런 범행동기가 김씨의 일방적인 진술인 데다 2천만원때문에 살인을 저질렀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어 자세한 조사가 필요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돈은 이씨의 동생이 차를 판매한 대금이었다고 한다. 김씨가 가져갔다는 돈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김씨가 이희진씨 부모 집에 거액의 현금이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파악하고 치밀한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김씨와 달아난 공범 3명은 고용관계인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그는 경찰에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경호 목적으로 아르바이트 채용하듯 다른 공범 3명을 채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의 아들인 이씨는 증권전문방송 등에서 주식 전문가로 활약하며 블로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강남 청담동 고급 주택이나 고가 수입차 사진을 올리는 등 재력을 과시하면서 ‘청담동 주식 부자’로 불렸다. 이 씨는 불법 주식거래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 벌금 200억원, 추징금 130억원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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