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와 고희범 제주시장이 지난 18일 제주도청에서 생활 쓰레기 ’불법 수출’과 관련해 사과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주도 제공
제주도에서 반출됐던 생활쓰레기가 필리핀에 불법 수출돼 국제적 망신을 사고 있는 가운데 제주시의 쓰레기 관리업무가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도는 업무처리 과정 등에 대한 감사위원회의 감사 등을 벌인 뒤 관계자에 대한 책임을 묻기로 했다.
19일 제주도와 제주시의 말을 종합하면, 제주북부광역소각장은 1일 200t의 생활폐기물을 소각할 수 있는 용량을 갖췄으나 시설 노후화와 발열량 증가로 실제 소각능력은 1일 143t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소각장으로 반입되는 생활폐기물은 1일 213t에 이르러 날마다 70여t의 폐기물이 쌓여 처리난이 우려되자 2015년 8월 이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고형연료 생산시설을 가동했다.
그러나 시는 음식물쓰레기가 혼합 반입돼 고형연료 제품 기준인 ‘수분함량 25% 미만’을 맞추지 못하는 바람에 고형연료로 재활용하기보다는 민간업체에 맡겨 도외 반출을 통해 처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폐기물 위탁처리를 맡은 폐기물종합처리업체와 2016년 12월 계약해 이듬해 1월20일 압축포장폐기물 2712t을 제주항에서 선적해 필리핀 세부항으로 운송했으나 반입을 거부당했다. 이에 이 폐기물은 평택항으로 반송됐고 지난해 1~2월 이 가운데 930여t만 국내에서 처리한 채 같은 해 7월 1782t을 필리핀 민다나오섬으로 불법반출했다. 또 2017년 1월 계약된 9262t 가운데 8637t은 군산항 물류창고에, 625t은 광양항 부두에 처리되지 않고 보관된 상태다. 올해 반출된 압축포장폐기물 2만2천618t은 민간업체에 위탁 처리하지 않고 제주시 환경시설관리소가 직접 입찰공고를 통해 업체를 선정해 반출했고, 모두 시멘트 제조업체의 연료로 사용됐다.
제주시는 위탁처리를 맡은 업체에 2016년 3억원, 2017년 11억원 등 모두 14억원을 지급했으나, 처리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 부실로 국제적인 망신을 사게 됐다. 시는 문제가 된 폐기물에 대해서는 처리업체를 통해 빠른 시일 안에 처리하도록 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이번 압축포장폐기물 처리 업무 과정과 관련한 법 위반 여부 등을 자체 조사와 감사위원회의 감사를 통해 규명하고 관계자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도는 도내에서 발생한 모든 생활폐기물은 도내에서 처리하고,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자원순환센터의 소각시설이 완비될 때 까지는 국내 소각시설을 이용하는 등 정상 처리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지사는 19일 주간정책 조정회의에서 “이번 사건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고, 도정 모두의 일이고 우리의 책임이다. 업체들에 맡겨놓고 처리 과정을 간과하거나 편승한 것은 아닌지 근본적으로 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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