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대교 보행로 백년마당 예상도. 서울시 제공
한강대교 보행로 전망데크 예상도. 서울시 제공
건설된 지 102년 된 서울 한강대교 위로 시민들이 걸어다닐 수 있는 ‘보행교’가 놓인다.
서울시는 2021년까지 노들섬과 노량진 사이의 2개 한강대교 가운데에 아치 높이로 보행자 전용교를 설치한다고 20일 밝혔다. 시는 한강대교 남단 아치 구조물과 기존 교각을 이용해 2개의 쌍둥이 다리 사이 공간에 너비 10.5m, 길이 500m, 다리 기준 높이 6.5m의 보행교를 놓을 계획이다. 한강대교 1층은 차도, 2층은 보행로로 바뀐다. 이 보행교에는 △한강과 주변 경관을 즐길 수 있는 ‘전망대(전망데크)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광장(백년마당) △잔디밭 등 녹색 휴식공간(그린데크) 등이 조성된다.
시는 내년 철거 예정인 노량진고가차도의 일부를 남겨 한강대교 보행로와 연결하고, 노들섬 쪽으로는 노들섬 동서를 연결하는 보행육교와 연결한다. 올림픽대교 하부 강변 보행길에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수직으로 연결한다. 노들섬에서 한강대교 보행교를 지나 노량진 일대까지 한 번에 보행길이 연결되는 것이다. 이 보행교는 올해 설계를 완료하고, 2021년 6월 개통할 계획이며, 사업비는 모두 300억원이 투입된다.
앞서 시는 2009년 왕복 8차로 양 끝에 기존 2m 보도를 폭 4.5m로 넓혀 보도와 자전거도로로 활용할 수 있게 넓혔지만, 차량 소음과 매연, 위험 때문에 걸어서 한강대교를 건너기는 어려웠다. 특히 노량진 쪽으로는 차도로 인해 보행 연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많았다.
아치 구조물이 없는 북쪽 한강대교의 노들섬~용산 구간은 추가 연결 방안을 5월께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마련할 예정이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2단계 구간인 노들섬∼용산 구간은 강변북로, 다리 위 카페 등 기존 시설물들이 있어 보행교를 놓는 데 검토해야 할 것이 많다”며 “여러가지 아이디어와 요구사항을 받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한강대교 보행교는 문제점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강대교 전체에서 남쪽 절반에만 설치되고, 차도 위쪽에 위치하며, 보행 약자들의 접근성이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 한강시민위원회는 2017년 한강대교 개통 100년을 맞아 2개 쌍둥이 다리 가운데 먼저 건설된 옛 다리 전체를 보행교로 전환하자고 시에 제안했으나, 서울시는 차량 소통에 문제가 생긴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강대교는 1917년 ‘한강 인도교’라는 이름으로 서울 한강에 처음 놓인 다리다. 당시 한강 인도교를 세우는 과정에서 다리를 지탱하기 위해 강 중간에 쌓은 둑이 현재의 노들섬이다. 한강 인도교는 1950년 6.25전쟁이 터진 뒤 사흘 만에 북한군의 남침 속도를 늦추기 위해 폭파됐으며, 1958년 재건됐고, 1981년엔 쌍둥이 다리가 하나 더 놓였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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