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교육연대가 20일 오전 충북도청 앞에서 자사고 설립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정치는 짧고 교육은 길다. 교육은 한판 승부가 아니다.”
충북교육발전소 등으로 이뤄진 충북교육연대가 이시종 충북지사 등이 추진하고 있는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설립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충북교육연대는 20일 오전 충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사고는 사회적·경제적 양극화를 부른다. 이시종 충북지사 등은 시대착오적인 자사고 설립 추진을 당장 멈추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자사고는 이명박 정부가 다양한 교육 수요 충족을 명분으로 전국으로 확대한 제도다. 하지만 특권계층을 위한 ‘귀족학교’로 불릴 정도로 고교 서열화와 경쟁 교육을 유발하고 사교육을 조장해 폐지를 위한 정치·시대적 요구에 직면했다. 자사고 설립을 중단하고 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라”고 당부했다.
이시종 충북지사(왼쪽)와 김병우 교육감(오른쪽)이 지난해 12월 10일 충북도청에서 무상급식 예산 분담 합의서에 서명하고 있다. 둘은 충북 명문고 육성 노력을 별도 합의했다. 충북도 제공
이 지사는 지난해 12월 10일 김병우 교육감과 나눈 무상급식 예산 분담 합의서에 ‘지역의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해 공동 노력한다. 충북교육청은 자율학교 지정, 명문고 육성을 포함한 다양한 미래형 학교 모델을 창출한다’는 내용을 별도 조항을 넣는 등 명문고 육성을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달 14일 유은혜 교육부 장관에게 “충북에 명문고가 없다. 명문고 부재로 지역 인재는 유출되고, 우수 인재 유입이 어려워 충북 발전을 이끌 지역 인재 소멸 위기에 처해있다. 충북 자율형 사립고 설립을 허용해 달라”고 건의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현 정부의 교육 방침과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충북은 초중등교육법시행령 개정을 전제로 전국 모집 자율학교 설립·지정과 고급인력 자녀 고교 중복 지원을 제안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시행령 91조는 2009년 3월27일 이전에 지정된 자율학교만 전국단위 모집을 할 수 있으며, 같은 법 81조는 재학한 중학교가 있는 고교에 지원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충북은 자사고 설립이 어렵다면 법을 개정해 전국 모집 단위 자율학교 설립을 허용하거나, 충북에 이주한 연구소·대기업 등에서 일하는 고급인력(2만명 추정)의 자녀는 전국 어느 중학교에 재학하는 것과 상관없이 충북지역 고교에 지원할 수 있는 특혜를 요구하고 있다.
충북교육연대가 20일 오전 충북도청 앞에서 자사고 설립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허건행 충북교육연대 대표는 “이 지사가 특권층을 위한 자사고 설립에 앞장서는 것은 도민을 위한 정책을 펴야 할 책임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다. 명문고 논란의 또 다른 당사자인 김 교육감이 제시한 명품고 또한 답이 아니다. 김 교육감은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한 실질적 역할을 하라”고 주문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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