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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판화로 만나는 북녘 사람, 산하, 이야기

등록 2019-03-20 17:11수정 2019-03-20 17:23

진천 판화미술관 ‘평화 새로운 미래’전
북녘 판화 작가 58명 작품 80여점 전시
‘산운’ 김준권 작가 기획 “닮은 것 찾아가는 과정”
김준권 작가. 생거 판화미술관 제공
김준권 작가. 생거 판화미술관 제공
“다른 것은 인정하고 닮은 것을 찾아가다 보면 끝내 서로 만나 하나가 되지 않을까요? 지난 70년 동안 다른 것만 찾았는데 이젠 닮은 것을 찾는 새 길을 가면 좋겠네요.”

20일 충북 진천 군립 생거 판화미술관에서 ‘평화 새로운 미래-북한의 현대 판화전’을 연 김준권(63) 작가의 말이다. 김 작가는 북한 판화가 58명의 작품 80여점을 오는 5월 31일까지 이곳에 전시한다. 김 작가는 미술 교사로 재직하다 해직된 뒤 1991년부터 진천에서 한국목판문화연구소를 운영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김준권 작가의 ‘산운’. 생거 판화미술관 제공
김준권 작가의 ‘산운’. 생거 판화미술관 제공
그는 지난해 4월 27일 남북의 정상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방명록을 쓸 때 서명대 뒷벽을 장식한 판화 작품 ‘산운’의 원작자다. 그는 2009년 이 작품을 완성했다. 그는 “역사적인 남북 정상의 서명식 때 제 작품이 배경으로 비쳐 영광이었다. ‘산운’은 산의 리듬이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우리 산은 사람과 이야기를 품고 있다. 역사의 고비를 넘나든 아리랑 같은 민족의 애환과 운율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판화 작품을 어떻게 들여왔을까? 그는 1년 전부터 북한 판화전을 준비했다. 그는 “평소 친분이 있는 중국 랴오닝 아시아문화발전공사 이광군 박사가 수십 년 동안 북한 판화 작품을 수집한 것을 알고 전시를 기획했다. 판화 작가로서 북한의 작품이 궁금했고, 또 그들의 작품을 우리 시민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1994년 중국 루쉰 미술대학에서 목판화를 연구하면서 이 박사 등과 교류했다.

황인제 작가의 ‘소타기’. 생거 판화미술관 제공
황인제 작가의 ‘소타기’. 생거 판화미술관 제공
북한의 판화는 어떨까? 이번 전시에는 다양한 작품이 선보인다. 김홍도의 풍속화를 떠올리게 하는 널뛰기 등 조선화풍의 작품, 금강산·백두산·칠보산 등 북녘 산하를 담은 풍경, 소 타는 아이 등 한가한 정경 등이 눈에 띈다. 새마을 운동을 떠올리게 하는 근대화 공장·개척 당시의 모습, 사회주의 체제 선전류 작품도 있다. 김 작가는 “근대 초기엔 사회주의·집단주의 모습을 선전하는 듯한 작품이 많지만 2010년 이후는 정물·풍경·일상 등 개인 감성을 표현한 작품이 많다. 작품을 통해서도 북한의 시대 변화를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변호찬 작가의 ‘개척자들’. 생거 판화미술관 제공
변호찬 작가의 ‘개척자들’. 생거 판화미술관 제공
재질에서도 우리 판화와 차이가 느껴진다. 김 작가는 “평양 종합예술대학 출신의 빼어난 작가들의 작품이 많다. 우린 주로 목판을 쓰지만, 북녘 작가들은 대부분 합성 수지판을 썼다. 인쇄용지인 아트지에 작품을 찍는 등 종이도 고급스럽지 않다. 애초 이들이 포스터 형식의 출판 미술을 염두에 둔 듯하다. 물론 100쇄 이상 찍은 인기 작품도 있다”고 귀띔했다.

박성철 작가의 ‘체조 시간’. 생거 판화미술관 제공
박성철 작가의 ‘체조 시간’. 생거 판화미술관 제공
김 작가는 이날 ‘북한 현대판화의 이해’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그는 “고려 시대 때부터 이어진 우리의 빼어난 목판 예술은 북녘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서도 쉽게 느낄 수 있다. 신한반도시대를 맞아 북녘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조금은 다르지만 많이 닮아 있는 남과 북, 민족의 모습을 그려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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