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전략사업으로 추진된 중입자 치료센터가 기종 변경과 졸속 행정 등으로 상용 치료가 늦어지면서 암 환자와 가족들을 애태우고 있다.
20일 부산시와 서울대병원의 말을 종합하면, 부산 기장군 장안읍 좌동리 방사선 의·과학산업단지 안 8만9007㎡에 들어설 예정인 중입자 치료센터의 상용 치료 돌입 시기가 2023년으로 미뤄졌다. 애초 2015~2017년 개원 뒤 상용 치료를 시작하기로 목표했던 것에 견주면 6~8년이나 늦다.
앞서 2010년 4월 부산시와 기장군, 한국원자력의학원은 2015년까지 국비 700억원, 부산시와 기장군 각 250억원, 한국원자력의학원 750억원 등 1950억원을 투자해 국내 최초의 중입자 치료센터를 완공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상용 치료가 늦어지는 것은 중입자 치료센터의 핵심시설인 중입자가속기 기종을 갑자기 변경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센터 주변 인사들의 설명이다. 2011년 6월 ‘사이클로트론형’을 선택했으나 센터 착공 6개월 만인 2014년 5월 ‘싱크로트론형’으로 갑자기 기종을 변경했다.
건축과정에서 기종을 바꾼 대가는 컸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사이클로트론형을 직접 개발하는 과정에서 투자기업을 유치하려고 했지만 싱크로트론형으로 변경하면서 투자유치가 무산됐다. 센터도 애초 계획보다 1년 늦은 2016년 5월 완공됐다. 자금난을 겪던 한국원자력의학원은 2017년 9월 사업권을 서울대병원에 넘기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기종은 한 차례 더 변경됐다. 환자가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서 치료하는 ‘고정형’에서 환자가 움직이면서 치료를 받는 ‘회전형’으로 바뀐 것이다. 사업 적정성 재검토 결과 사업비가 656억원이나 추가됐다. 그러자 서울대병원이 “사업비를 추가로 부담할 수 없다”며 발을 빼려고 했다. 결국 부산시와 기장군이 각각 80억원, 정부가 496억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부산 기장군의 중입자 치료센터 안 중입자가속기실. 부산시 제공
서울대병원은 이달 안에 이사회를 열어 사업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 이후 부산시·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과 최종협약을 체결하게 된다.
중입자 가속기는 탄소원소를 암세포에 정확히 충돌시켜 암세포만 파괴한다. 부작용이 작고 치료 기간도 짧아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린다. 2009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보고서는 중입자 치료를 받으면 폐암 1기 환자는 5년 생존율이 95%, 간암은 90% 등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