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2500억원이 투입되는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유재산법을 어긴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사전 심의기관인 공유재산심의회와 부산시의회도 공유재산법을 전혀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정부의 자산을 처분하거나 취득할 때 두 기관이 심의하도록 하고 있으나,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유재산법은 지방정부가 토지를 뺀 20억원 이상(기초단체는 10억원 이상)의 재산을 취득하거나, 10억원 이상(서울시와 경기도는 20억원 이상)의 재산을 처분하려면 사전에 변호사 등 민간 전문가 절반이 포함된 7~15명으로 꾸려진 공유재산심의회를 열도록 정하고 있다. 부산시는 조례를 만들어 재산 가액이 1억원 이상이면 공유재산심의회에서 다루도록 했다.
이에 따라 2016년 9월22일 오페라하우스 건립 관련 부산시 공유재산심의회가 열렸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행정부시장 등 부산시 간부 5명과 민간위원 4명이 참석한 상황에서 문화예술과장이 해양수산부 땅을 40년 무상 사용한 뒤 이곳에 들어설 오페라하우스를 해양수산부에 무상 기부한다는 요지의 제안 설명을 했다. 이에 부산시 간부 1명이 “다른 방법이 없냐”고 묻자, 문화예술과장은 “항만법에 보면 기부하거나 원상회복해서 반환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위원장은 추가 발언이 없자 가결했다. 핵심법안인 공유재산법의 저촉 여부는 검토조차 하지 않고, 부산시 제안을 확인하는 내용의 두 차례 질문과 답변으로 심의회가 끝났다.
부산시의회도 들러리에 불과했다. 부산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같은 해 10월18일 오페라하우스 건립 건을 다뤘는데, 공유재산법 저촉 여부를 묻는 질문은 나오지도 않았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이상갑 위원장이 “40년 임대 뒤 계속 점유하려면 문제가 없느냐”고 묻자, 변성완 부산시 기획관리실장이 “국가에서 부산시를 항만시설운영자로 지정하면 문제가 없다고 보고받았다”고 대답했다. 이어 이 위원장이 “(해양수산부와) 본 계약을 할 때 명확하게 하라”고 말하자, 변 실장은 “알겠다”고 대답했다. 부산시와 해양수산부는 두 달 뒤 자치단체의 재산은 국가에 기부할 수 없도록 정한 공유재산법을 어기고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립 사업은 2008년 롯데그룹이 100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시작됐다. 부산시는 북항 재개발 예정지 안 2만9542㎡에 지하 2층, 지상 5층, 연면적 5만1617㎡ 규모로 오페라하우스를 지을 계획이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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