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튀기를 만들어 어린이집·복지관 등에 공급하는 증평 어르신 뻥쟁이들. 증평군 제공
충북 증평에는 ‘어르신 뻥쟁이’가 인기다. 이곳에선 뻥쟁이가 ‘거짓말쟁이’가 아니라 쌀·옥수수 등을 손수 튀겨 파는 어르신이라는 것을 웬만한 이들은 다 안다.
증평 ‘어르신 뻥쟁이’는 지난해 6월 등장했다. “고물 수집, 공공 운동기구 관리 등 소일하던 어르신들이 창의적 일거리를 고민하다 뻥튀기를 떠올렸어요. 일도 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할 수 있겠다 싶어 시작했죠.” 연지훈 증평종합복지관 노인일자리팀장의 설명이다.
증평 ‘어르신 뻥쟁이’들이 1일 뻥튀기를 만들고 있다. 증평군 제공
증평 ‘어르신 뻥쟁이’들이 1일 현미 강정을 만들고 있다. 증평군 제공
어르신들은 증평군과 복지관 등의 도움으로 뻥튀기 기계를 산 뒤 증평초 앞 상가 건물 한 칸을 빌려 사업을 시작했다. 맏언니 김순덕(79) 할머니부터 막내 박순자(62) 할머니까지 어르신 5명이 소매를 걷어붙였다.
튀기는 일은 할 만했지만, 판로가 막막했다. 어르신들은 친구·손자 등이 있는 복지관·어린이집 등을 통해 ‘어르신 뻥쟁이’를 알렸고, 복지관 사회복지사 등은 인스타그램 등 사회적 관계망을 통해 ‘어르신 뻥쟁이’를 홍보했다.
증평군에서 열린 들노래 축제(6월), 인삼골축제(10월) 땐 기계를 끌고 가 현장에서 뻥튀기를 튀겼다. 6개월 남짓 만에 1600만원 어치를 팔았다. 정옥채(71) 할머니는 “일하니 너무 좋다. 재미도 있고 손자들한테 용돈도 줄 수 있으니 행복하다”고 말했다.
증평 ‘어르신 뻥쟁이’들이 만든 뻥튀기와 강정. 증평군 제공
증평종합복지관 복지사 등이 만든 증평 어르신 뻥쟁이 홍보물. 증평군 제공
증평군은 올해 이들 어르신 뻥튀기 사업을 위해 노인사회활동사업 보조금 6900만원을 지원했다. 지금은 12명이 일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30명으로 늘릴 참이다. 제품도 뻥튀기에서 현미 강정, 영양바 등으로 늘렸다. “일하고, 보람도 찾고 정말 좋아요. 뻥 아니에요.” 박순자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