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제주4·3추념식 앞두고 위령제…참배객 줄이어

등록 2019-04-02 16:20수정 2019-04-02 20:25

일본인들, 4·3 당시 수용소였던 주정공장 터에서 위령제
마을별 위령제 거행…추념식 앞두고 유족들 공원 참배
제71주년 제주4·3추념식을 하루 앞둔 2일 제주지역에서는 4·3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위령제와 각종 행사가 열려 추모의 물결에 휩싸였다.

이날 오전 9시부터는 4·3을 생각하는 일본인들로 구성된 ’한라산회’가 4·3 당시 수장되거나 육지 형무소로 이송되기 직전에 수용됐던 제주시 건입동 옛 주정공장 앞에서 ‘제주4·3 예비검속 희생자 위령제’를 열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위령제에는 일본 도쿄·오사카의 유족과 일본인들, 오키나와 한라산회 회원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제주 출신 재일동포 시인 김시종씨가 2일 제주시 옛 주정공장 터에서 열린 희생자 위령제에서 4·3 당시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제주 출신 재일동포 시인 김시종씨가 2일 제주시 옛 주정공장 터에서 열린 희생자 위령제에서 4·3 당시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위령제에는 제주 출신 재일동포 시인 김시종씨가 참석해 울먹이면서 당시의 경험을 회고해 참석자들을 숙연하게 했다. 김씨는 토벌대가 14살 소년을 양친과 친척 앞에서 공개 처형했던 장면을 이야기할 때 “넋을 빌어달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는 “제주에서 수장된 주검들이 해류를 따라 쓰시마로 흘러갔고, 쓰시마에서는 일부는 묻고, 일부는 떠내려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1950년 예비검속 당시 쓰시마에 떠밀려온 수백여구의 주검을 이 지역 주민 에도 히카루 등이 일부 안장했다. 위령제에는 아들 에도 유키하루가 참석해 “아버지가 미쳐 다 안장하지 못한 주검들에 사과의 공양을 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전하기도 했다. 위령제에서는 칠머리당영등굿보전회가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굿을 집전했다. 한라산회는 지난해 9월 쓰시마에서 4·3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제를 지냈다.

2일 제주시 동회천마을에서 열린 ‘동회천 4·3위령제’에 참석한 유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2일 제주시 동회천마을에서 열린 ‘동회천 4·3위령제’에 참석한 유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또 이날 오전 11시부터는 제주시 동회천 4·3희생자위령비 앞에서 유족과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동회천 4·3희생자 위령제’가 열렸다. 이 마을에서는 4·3 당시 마을 주민 72명이 희생됐으며, 해마다 4월2일 위령제를 봉행한다. 최종국 동회천마을회장은 “71년을 눈물로 지새웠다. 진상이 명백히 밝혀지고 원한이 풀리는 날, 우리의 원한을 내려놓겠다. 다시는 인권이 말살되는 일이 없기를 진정으로 소망한다”고 기원했다.

동회천 4·3위령제에 참석한 한 유족이 흐느끼고 있다.
동회천 4·3위령제에 참석한 한 유족이 흐느끼고 있다.
제주4·3평화공원에는 추념식을 하루 앞둔 이날 번잡한 추념식을 피하기 위해 미리 제물을 준비한 4·3유족들이 삼삼오오 찾아 위패를 만지고, 행방불명인 표석을 닦는 모습이 보였다. 행방불명인 표지석에서 만난 강두경(85·제주시 삼양동)씨는 해마다 혼자서 당시 행방불명된 아버지(강수추·당시 35)의 표석을 찾아 제를 지낸다고 말했다.

2일 오후 제주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표지석을 찾은 강두경(85)씨가 4·3 당시 행방불명된 아버지의 표지석을 찾아 회상에 잠겨있다.
2일 오후 제주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표지석을 찾은 강두경(85)씨가 4·3 당시 행방불명된 아버지의 표지석을 찾아 회상에 잠겨있다.
강씨는 “마을이 불에 타자 1948년 11월 산으로 피신했다가 이듬해 2월 하산했으나, 집에 있던 황소 10여 마리와 곡식을 지키겠다며 집에 있던 아버지는 행방불명된 뒤였다”고 회고했다. 일부 유족들은 표지석을 갖고 간 술로 닦으며 희생자들의 영혼을 위로했다.

제주4·3유족회는 이날 오후 1시30분 4·3평화공원 위령제단에서 추념식에 앞서 진행하는 유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위령 제례를 진행했다.

글·사진/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